전북자봉센터 관권선거 혐의 재판 "사실은 인정, 공모는 부인"

최정규 기자 2023. 4. 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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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피고인들 입당원서 모집 후 전북자봉센터 명단작성 요청 인정
지시 통한 조직적 공모여부 부인…전 센터장 증인신문도 진행

【전주=뉴시스】김얼 기자 = 전주지방법원 신청사 모습.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지난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자원봉사센터의 관권선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관권선거를 주도한 이들은 공모를 부인하고 개별적인 입당원소 모집행위를 강조, 향후 재판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 심리로 지난 21일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부인인 오경진씨와 전직 도청 공무원 등 14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1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 송 전 지사의 입당원서를 모으고 권리당원 관리를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최정점에 있는 인물인 오씨와 송 전 지사의 비서실장 등 3명은 전 센터장과의 공모행위를 전면 부인했다.

오씨 측 변호인은 "많은 피고인들에 의해 입당원서가 모집된 것에 대한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 "다만, 피고인(오경진)은 다른 피고인들과의 공모를 통한 입당원서를 모집한 적이 없다"고 변론했다.

전 비서실장 등 3명도 입당원서 모집 혐의(지방공무원법 위반)는 인정했다. 다만, 전 자봉센터장과의 공모관계를 부인하고, 원서 모집행위가 공직선거법이 정한 당내 경선운동 위반 행위인지 법리관계에 대해서 따져볼 것임을 밝혔다.

즉 피고인들은 모집한 입당원서를 전 전북자원봉사센터장에 전달해 관리해온 점을 인정했지만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그랬다는 공모에 대해서는 부인한 셈이다.

◇'핵심 키' 전 자봉센터장 "명단 정리부탁받아서…" 관리 인정

이날 재판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 키로 불리는 전 자봉센터장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입당원서를 건네받아 권리당원으로 관리하기 위한 명단을 작성한 인물로, 1·2심에서 그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됐다.

A씨는 이날 증인신문을 통해 "오 여사와는 전 비서실장 B씨 등 3명과는 자원봉사센터장과 도청 소속 자원봉사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알고는 있었지만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였다"며 "내가 (송 전 지사를) 개인적으로 존경하기도 했고, 전북도의원 선거에 출마도 하기 위해서 겸사겸사 명단을 작성해 관리했다"고 했다.

이어 "평소 선거를 앞두고 내가 명단을 정리해 관리한다는 것을 아는 인물들이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 '이번에도 명단을 작성하면 하는 김에 이것(입당원서 명단)도 작성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지시하거나 공모 한 것이 없다. 각자 개인이 모집을 한 것일 뿐"이라고도 했다.

특히 명단 정리를 왜 부탁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컴퓨터 사용 능력이 떨어져 타이핑(타자)을 치지 못하거나, 귀찮아서 (나에게) 부탁한 것 같다"면서 "명단 정리를 부탁한 이들은 서류봉투에 입당원서를 넣어서 '정리를 부탁한다'는 말만 남겼을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납득할 수 없던 수상한 답변들

A씨의 법정 진술은 재판부와 검찰에도 더욱 진한 의구심을 남겼다.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A씨와 전 비서실장과의 통화내역, 건네받은 입당원서를 정리한 명단은 다시 되돌려 주지 않는 행동 등이 그 원인이었다.

A씨는 "전 비서실장과는 자원봉사센터장과 도청 자원봉사팀장 등을 하면서 예산을 세우기 위해 연락을 했을 뿐 입당원서 관리 등 내용은 단 한번의 대화내용도 없었다"면서 "입당원서를 건네받으면서 정리한 파일을 다시 되돌려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에게 "증인이 '관리'라는 표현을 쓰는데 결국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권리당원 등 명단을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 하지만 선거에서 유리하게 소위 말해 '내 편'을 관리하기 위해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그런데 개인적으로 관리했다면 그 명단을 개개인이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리한 명단을) 다시 돌려줘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이에 대해 A씨는 "바빠서 명단을 돌려주지 못했고 송 전 지사가 컷 오프 되는 바람에 사용할 일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컷오프 이전에 원서를 모집하고 정리하는 등 시간적 여유가 이렇게 많은데 바빠서라는 답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명단정리를 부탁한 이들이 서류봉투를 주면서 '이것도 하는 김에 정리를 부탁한다'라는 말 뒤에 또 다른 말이 있었거나 혹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였냐"고도 질의했다.

타이핑을 치지 못한 이들이 부탁했다는 답변과 전 비서실장과의 통화내역에 대한 해명은 더 큰 의심을 불렀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 중 3명은 10년이 넘게 전북도청에서 간부를 한 공무원들로 컴퓨터 사용을 못하는 이는 없다. 여기에 전 예산과장으로 재임했던 전 비서실장 C씨가 A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음에도 공직사회에서 전화로 불러내 예산을 달라고 과연 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이번 재판에서 더욱 커졌다.

다음 재판은 5월 26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이날 재판에서 관련 4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조직적 공모여부에 대한 신문이 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들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당원을 모집하고 입당원서 사본과 권리당원 명부 등을 관리하며 당내 경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수사기관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송 전 지사의 업적을 홍보한 뒤 권리당원을 모집했다.

이들은 이 같은 범행을 위해 가족·친인척 등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모인 입당원서 사본들은 전북자원봉사센터로 옮겨져 '권리당원'으로 관리됐다.

당원명부는 엑셀파일로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부에 적힌 이들은 전주 외에도 도내 14개 시·군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전북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했다. 확보 된 입당원서 사본 3000장과 권리당원으로 관리되고 있는 파일에 명단은 1만여명에 달했다.

경찰은 당초 2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한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수사대상이 너무 늘어나자 1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한 이들로 기준을 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jk971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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