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당국, SVB 사태 계기로 금융권 규제 강화 착수

유병훈 기자 2023. 4. 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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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앞의 월스트리트 표지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 불안 여파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규제를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1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중형 은행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WSJ는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연준이 마이클 바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주관하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행했던 은행 자본 건전성 규제 완화 조치를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SVB와 시그니처은행 연쇄 파산 사태와 관련해 중형 지방은행에 대한 당국의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특히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뤄진 지방은행에 대상 규제 완화 조치가 되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정 자산규모 이상 은행을 대상으로 건전성 감독기준을 강화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감독 대상 범위를 대폭 줄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자산규모 1000억달러에서 7000억달러 사이 은행 약 30곳을 강화된 자본건전성 규제 대상에 다시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바 부의장도 지난달 29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SVB 사태를 계기로 1000억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은행을 대상으로 자본과 유동성 측면에서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WSJ은 “규제 조치가 다시 시행되면 US뱅코프,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 트루이스트파이낸셜, 캐피털원파이낸셜 등 중형 지방은행이 강화된 자본 규제 대상에 다시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금융 당국은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의 평가손익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예외 규정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기에는 시가로 평가한 보유채권(매도가능증권)의 평가 가치가 크게 떨어져 자본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대형 은행과 달리 중소 규모 지방은행은 이런 규정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아왔다.

은행권에선 이 같은 규제강화가 금융회사의 장기채권 수요를 줄여 정부의 국채 발행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상승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또 금리 상승 여파로 은행권이 이미 대규모의 미실현 손실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가 시행되면 저금리 시대와 달리 은행의 자본 감소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금융당국은 또 보험·헤지펀드·암호화폐(코인) 거래소 등 비은행 금융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금융안정감독위(FSOC)에서 관련 지침 변경 방침을 밝혔다. 새 지침은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고 비은행 금융사를 연준 감독 대상인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이전보다 용이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옐런 장관은 트럼프 정부 당시 만들어진 지침을 두고 “지난 2019년 지침은 지정 절차에 부적절한 장애물을 만들었다”면서 “당시 추가된 절차는 법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유용하지도,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절차대로 하면 지정을 완료하는 데 모두 6년이 걸린다”면서 “위원회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새 위협에 적시 대응하는 것을 막는 비현실적인 시간표”라고 했다.

SIFI 지정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 브라더스 등의 부실 문제에 대응하면서 비은행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제기돼 도입된 제도다. FSOC는 오바마 정부 때 GE캐피털 등 4개 사를 SIFI로 지정했으나, 트럼프 정부 때 모두 해제됐다. 트럼프 정부는 또 SIFI 지정 요건도 이전보다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 FSOC는 이와 함께 위원회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식별·평가·해결하는 것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프레임워크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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