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칼럼] "석열아, 더 많이 들어라" 품성에 호소?

손석춘 칼럼니스트철학자 2023. 4. 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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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열아, 먼저 손 내밀고 더 많이 들어라." 월간 신동아가 기사와 표지에 붙인 흥미로운 표제다.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이 바라본 '대통령 윤석열' 1년" 부제를 달았다.

변호사와 현직 법관인 동기들은 윤석열의 1년에 방향성은 맞지만 디테일이 아쉽다며 '한미동맹 공고화를 통한 국가안보 정상화'를 높이 평가했다.

지난 1년 윤석열이 벌여온 외교는 한미동맹 공고화가 아니라 예속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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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손석춘 칼럼니스트·철학자]

“석열아, 먼저 손 내밀고 더 많이 들어라.” 월간 신동아가 기사와 표지에 붙인 흥미로운 표제다.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이 바라본 '대통령 윤석열' 1년” 부제를 달았다. 그 아래 표제도 눈에 띈다. “품성으론 최고의 대통령감”이다.

▲ 신동아 2023년 5월호

포탈 뉴스에 뜬 표제를 보고 기사를 읽었다. 고언을 했으리라는 작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순진한 착각이었다. 변호사와 현직 법관인 동기들은 윤석열의 1년에 방향성은 맞지만 디테일이 아쉽다며 '한미동맹 공고화를 통한 국가안보 정상화'를 높이 평가했다. 서울법대 동기들이 모두 그리 생각하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지만 기사화 된 발언은 일치한다.

기막히다. 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도청을 당하고도 항의는커녕 백악관보다 먼저 해명에 나서는 윤석열 정권의 비굴한 모습이 한미동맹 공고화란 말인가. 지난 1년 윤석열이 벌여온 외교는 한미동맹 공고화가 아니라 예속화다. 지난 정부에서 마치 국가안보가 비정상이었다는 듯이 기정사실화하는 주장도 억지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에 굴욕외교를 벌이고 중국과 러시아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대통령이 거침없이 공언해 국가안보가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안보는 경제와 이어진다. 이미 중국으로 수출이 급감해 경제가 휘청대고 있다. 러시아로 수출까지 크게 줄 때 대체 경제는, 더구나 민생은 어찌 되겠는가. “과거 수많은 대통령이 노동 분야는 건드리지도 못했는데, 시작한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이어진다. 고시에 몰입한 서울법대생들의 한계, 그들이 편입된 이 나라 기득권층의 사고가 뚝뚝 묻어난다.

잘못된 방향을 옳다하며 문제는 '디테일'이라 부르댄 내용도 가관이다. 더러는 홍보 미흡을, 더러는 커뮤니케이션 조직 문제를 지적한다. 동기들은 입을 모아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오해”라고 말했다. 앞으로 나아지리라는 근거로 꼽는 품성은 생게망게하다. 어느 기관장이라는 동기는 윤석열이 고시생이라 벌이가 없을 때 모은 용돈으로 결혼을 축하한다며 호텔에서 밥을 샀단다. 용돈을 모아 호텔에서 밥 살 조건을 갖춘 청년이 얼마나 될까.

윤석열의 '거친 모습'이 '공의'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나온다. “권력·재산 등 세속적 욕구”에 관심 없는 사람이란다. “인간성만 놓고 보면 누구보다 잘할 사람”이란다. 심지어 “원래 불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란다. 전두환의 '품성'을 찬양한 언론들이 겹친다. 오월의 민중들을 학살한 전두환이 군림한 1980년대에 민주화 시위를 벌인 청년들에게 '고시생'은 낯설었다. 물론 개개인의 사정이나 나름대로 세운 뜻도 있을 테니 획일적 평가는 옳지 않을 성싶다. 다만 그들이 내놓고 '공의'를 들먹인다면 너무 남우세스럽지 않을까. “원래 불의와 거리가 먼 사람”이 80년대 내내 고시만 파고들 수 있을까. 딱히 그의 사랑에 말곁 놓고 싶지 않지만, 수백억대 부잣집 외동딸과의 결혼은 세속적 욕구에 관심 없다는 평가와 잘 어울릴까.

▲윤석열 대통령이 4월19일 로이터통신과 외신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굳이 따따부따하는 까닭은 '친구'들의 고언이 쓴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품성을 착각하는 달콤한 소리가 될 수 있어서다. 그의 오만을 풍선처럼 부풀려줄 가능성도 짙다. “지지율에 일희일비”말라거나 “현재 설정한 국가 어젠다들”이 좋으니 “국민을 더 잘 설득”해서 “밀고나가라”는 말은 국민을 설득 대상인 어리보기로 여기는 발상이다.

문제는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조직이 아니다. 윤석열의 편협한 사고와 국정 방향이다. 대학 시절부터 '소신 꺾는 것'을 '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증언은 우려를 더한다. 국정방향 또는 소신이 얼마나 얄팍한 지식을 기반으로 설정되었는지 자기 성찰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에 더 그렇다. 동기들 권고보다 경청할 말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민중의 언어다. 민심을 거스르는 언행은 '소신'이 아니다. 민심 앞에 지는 것이 대통령 덕목이자 의무다. 후보시절 약속한 머슴의 자세다. 동기들 당부를 곱새기길 권하며 그대로 옮긴다. “석열아, 먼저 손 내밀고 더 많이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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