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빈관, 대통령이 계속 사용해야”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보고서 입수

문상현 기자 2023. 4. 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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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된 청와대 활용을 위한 로드맵인 대통령 직속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 최종 검토 보고서를 〈시사IN〉이 입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한 ‘청와대 미술관화’는 사실상 무산된다. 영빈관은 현직 대통령이 계속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개방된 청와대 활용 방안을 담은 대통령 직속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 최종 검토 보고서를 〈시사IN〉이 입수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청와대의 향후 활용‧관리 로드맵으로 삼기 위해 민간 자문단을 구성해 만든 보고서다. 지난해 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해 초 자문단이 활동을 종료한 이후 최근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등 주요 시설을 고급 미술관과 상설 공연장으로 바꾸는 복합문화예술 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가 성급한 조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자문단 보고서에선 문체부 계획 대부분이 반영되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배제됐다. 자문단은 청와대 전반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며 ‘역사 문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빈관은 현직 대통령이 주요 행사와 외빈 접견에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문단의 결론은 구체적인 밑그림 작업 없이 개방된 청와대를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로드맵이 될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자문단 보고서에도 세부적인 추진 방안은 설명되지 않았다. 보고서의 근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청와대의 역사’나, 그동안 문화예술계 및 국회 공청회 등에서 제안된 내용들과 비슷했다. 새로 만들어진 보고서마저도 청와대 문이 얼마나 준비 없이 열려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최근 문체부는 대통령 취임 1년을 앞두고 청와대 관리에 관한 운영 방침을 새롭게 공개했다. 내용 전반이 자문단 보고서와 닮았다. 문체부가 자문단이 제안한 방안을 따르면 기존 ‘청와대 미술관화’ 계획은 사실상 무산된다. 실제 미술 전시 계획과 영빈관 활용 방안 등은 이번 운영 방침 발표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청와대 개방 과정에서 지적된 졸속 추진 논란과 엇박자는 개방 1년을 앞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 최종 검토 보고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시사IN 조남진

2022년 7월21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 활용 방안을 핵심으로 한 새 정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청와대 개방 직후 정부가 처음 내놓은 활용 계획이었다. 박 장관은 업무계획 보고 대부분을 프랑스 베르사유 궁을 모델로 삼은 청와대 활용 프로젝트로 채웠다. 청와대를 고품격 예술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보고했다. 청와대 본관은 미술품 상설 전시장으로, 영빈관은 ‘프리미엄’을 강조한 근현대미술품 전시장으로 재구성하겠다고 했다. 관저와 대정원 등에도 미술품을 설치하거나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 등 종합 공연예술 무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에게 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본관, 영빈관 등 청와대 공간이 국민의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 직속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은 2022년 7월25일 출범했다. 청와대 개방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동시에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청와대 운영 및 관리 주도권을 가질 주체와 방향은 박 장관의 업무계획 보고가 이뤄질 때까지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고 있었다. 문체부와 문화재청, 서울시가 나서 운영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문체부 ‘자체 기획’인 박 장관의 ‘청와대 미술관화’는 다른 기관들과 문화예술계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자문단 구성을 통해 2022년 연말까지 청와대 활용 로드맵을 만들고, 관계 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교통정리’였다. 자문단에는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을 단장으로 역사·문화, 예술·콘텐츠, 관광·도심 활성화 3개 분과에 각각 5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자문단 결론이 나올 때까지 문체부와 문화재청은 청와대를 방문객 관람 중심으로 운영해왔다.

자문단은 올해 1월 외부에 알리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다. 자문단 활동 기간 동안 운영되던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자문단이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올해 2월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최근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자문단 “영빈관, 현직 대통령이 사용”

〈시사IN〉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통령 직속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 최종 검토 보고서를 보면, 자문단은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청와대 미술관화’ 계획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자문단은 표지와 목차 포함 총 2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청와대 관리 활용 방안 로드맵 마련 배경과 기본 원칙, 활용 방안, 향후 추진 계획 등을 밝혔다. 자문단은 우선 ‘청와대 보존‧관리‧활용에 대한 기본 원칙’ 3가지를 제시했다. 역사성과 상징성의 보존과 구현 국가성장 중심지로서의 역할과 정체성 존중 정체성과 품격에 맞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공이다. 자문단은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 정체성을 기본으로 보존‧관리하면서 ‘격’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청와대만의 스토리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역사 문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문단은 이 같은 청와대의 유‧무형 자원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본관, 대정원, 관저 등이 위치한 구역은 ‘역사‧화합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본관은 역대 대통령의 주요 문건, 회의 모습, 친필 등을 적절한 방식으로 선보여야 한다고 했다. 실내는 역사적 순간의 모습을 복원해 당시 상황과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저에서는 대통령의 일상을 보여주는 생활용품을 관람하고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대정원은 문화 공연과 야외 행사를 특별 프로그램에 한해 ‘절제 있게’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빈관과 상춘재, 춘추관 등은 ‘소통‧문화의 공간’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자문단은 “단절의 상징이었던 철제 담장을 단계별로 철거해 열린 권역으로 활용해야 한다”라면서도, 영빈관은 “본래 역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현직 대통령의 주요 행사 및 외빈 접견에 활용해야 한다. 그 외에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품격 있는 문화공간으로 사용해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전통 한옥을 지어진 상춘재에선 한옥, 한식, 한지, 국악 등 ‘K-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필요시에는 현직 대통령의 외빈 접견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외부에 제한 없이 공개할 것을 제안한 공간은 기자들이 사용하던 춘추관과 청와대 업무공간이었던 행정동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된 ‘용산 시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결론이다. 자문단 보고서가 완성될 시점인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영빈관을 적극 활용했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2월5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국빈 만찬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청와대 영빈관과 상춘재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청와대 영빈관. 내부 관람은 대통령 행사로 인해 제한됐다. ⓒ시사IN 신선영

청와대 녹지원, 소정원, 수궁터, 경내외 탐방로 등은 ‘자연‧휴식 공간’으로 지정했다. 청와대 사랑채는 연계 권역으로 청와대와 주변 지역에 대한 종합관광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밖에 자문단은 주변에 위치한 경복궁, 광화문, 청계천, 인사동 및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을 엮어 역사 관광 권역, 문화 예술 권역으로 청와대 개방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문단은 향후 추진 방안도 3단계로 나눠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단계는 ‘역사문화 공간 ’ 조성 기본계획 수립, 2단계는 계획에 따른 프로그램 운영 및 시설 개선 사업 진행, 3단계는 학술조사 연구 및 주변 지역 역사 문화 관광 중심지 조성 착수다. 다만 자문단은 이를 누가 주체가 되어,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추진 방안은 설명하지 않았다. ‘계획을 세우고’, ‘주변과 연계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 격인 ‘향후 추진 방안’의 골자다. 청와대 활용관리 기본 원칙과 방안의 근거는 이미 잘 알려진 ‘청와대의 역사’나, 그동안 문화예술계 및 국회 공청회 등에서 제안된 내용들과 비슷했다. 올해 초 청와대에서 고려 시대 기와가 발견되면서 문화재계에서 나온 청와대 경내 발굴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자문단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

문체부-자문단 보고서, 예견된 엇박자

문체부는 3월31일, 대통령실과 문화재청 협의를 통해 청와대 관리에 관한 업무 주체로 공식 지정됐다. 4월10일에는 청와대 권역 운영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문체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주력 콘텐츠는 대통령 역사·문화예술·문화재·수목이다. 4가지 키워드와 연관된 전시, 공연,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본관을 중심으로 역대 대통령의 삶과 철학을 보여주는 특별전시를 마련하고, 대·소정원과 녹지원 등 야외 공간에서는 ‘K-컬처’의 정수를 담은 공연을 연중 기획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념식수를 포함한 내부 정원의 나무·꽃 등에 얽힌 이야기를 발굴해 관객과 공유하고 장애인, 어린이, 국가유공자 등을 위한 공연 등 각종 프로그램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자문단 보고서와 닮았다. 문체부가 제시한 4가지 키워드, 본관에서 이뤄질 역대 대통령과 관련한 전시, 야외 공간에서의 'K-컬처' 공연 모두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자문단 출범 이후부터 “자문단이 로드맵을 제시하면 여기에 맞춰 문체부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겠다”라고 밝혀왔다. 다만 청와대 보존·관리에 방점을 찍은 보고서를 로드맵 삼아 그대로 따르면 ‘청와대 미술관화’를 중심으로 한 지난해 7월 박보균 장관의 청사진은 사실상 무산된다. 영빈관은 현직 대통령이 계속 사용해야 하고, 본관과 관저 등은 원형을 보존해 대통령 역사를 보여주라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실제 문체부는 영빈관 활용 방안, 청와대 주요 시설에서 이뤄질 구체적인 전시 내용 등의 공개는 4월10일 공개한 운영 방침에서 제외하고, 추후 이뤄질 종합 계획 발표로 미뤘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문체부와 자문단 보고서의 엇박자는 예견된 결과다. 문체부는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청와대 관리 활용과 관련해 대통령실, 문화재청 및 청와대관리활용 자문단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해 왔다”라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가 임종성 의원실에 보낸 자료를 보면, 자문단과의 소통은 2022년 8월29일 문체부 예술정책관실이 자문단 회의에 단 한 차례 참석한 것뿐이었다. 자문단과 별도로 주고받은 공문도 없었다. 문화재청과의 논의는 2022년 5월31일 문체부 장관과 문화재청장 면담, 6월28일 문체부 1차관과 문화재청장 면담, 7월18일 문체부 문화정책관-문화재청 차장 면담, 문체부 1차관-문화재청장 면담을 제외하고 모두 유선으로 이뤄졌다. 그마저도 2022년 7월26일 이뤄진 전화 통화(문체부 문화정책관-문화재청 기획조정관)가 문화재청과의 마지막 논의였다.

문체부는 4월24일 〈시사IN〉에 "4월10일 발표한 청와대 권역 운영 기본 방향은 자문단 보고서와 기본 맥락은 같이 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 주요 시설을 활용한 프리미엄 미술관, 전시관 등은 장기적 과제로 계속 추진할 것이다. 영빈관의 경우, 현재 용산 대통령실에 대체할 공간이 없다. 자문단도 대통령 행사 외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해 둔 만큼, 유연하게 활용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종성 의원은 “청와대가 철학 없이 개방되다 보니 체계적인 활용·관리에 대한 계획 마련이 전혀 되고 있지 않다. 추후 문체부가 발표할 청와대 활용 종합 계획도 졸속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 자세한 내용은 〈시사IN〉 제816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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