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스쿨존 초등생 사망사고’ 뺑소니였나…현장검증 나선 법원

언북초 앞 ‘초등생 사망’ 현장검증
배수로 턱 높이 등 당시 상황 확인
‘도주치사’ 혐의 적용 여부 점검도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인근 모습. 이 지점에서 지난 2일 언북초 3학년 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하얀 기자

법원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의 재판에서 사고 현장을 검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조용래)는 24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의 현장을 찾았다. 재판부는 20여분간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현장검증에서 재판부는 배수로 높이를 주로 살펴봤다. A씨가 배수로를 넘은 것으로 오인해 B군을 차로 들이받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현장을 둘러본 재판부는 “배수로 높이가 (A씨 주장대로) 오인할 정도인지 살펴본 것”이라며 “충격 위치는 배수로 1m 정도 앞이었는데, 배수로 높이와 도로면 사이는 크게 턱이 있는 높이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무관에게 이 부분을 가까이서 자세히 찍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 후 곧바로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운 경위를 따져 그에게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점검했다. 재판부는 “A씨는 주차장 셔터 문이 올라가길 기다렸다가 주차를 한 이후 곧바로 나왔다고 주장하고 반대 측은 조금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확인해봐도 5초 이내 (A씨가 주차장에서) 나왔고 그 사이 아이를 먼저 발견한 목격자가 꽃집에서 사람을 불러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며 “과실에 대해선 다툼이 없지만 도주로 볼 수 있는지는 규범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만취 상태로 언북초 앞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차로에서 운전하다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이 학교 3학년 B군을 들이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자택 주차장까지 운전했고, B군은 목격자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8%이었으며, 자택 주차장부터 약 930m를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치사, 위험운전치사, 음주운전 혐의는 인정하지만 도주치사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