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역사상 처음 아닌가요” 승부사 김원형, 김광현도 놀란 결과 만들었다

김태우 기자 2023. 4. 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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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 시즌 초반 최대 수확으로 손꼽히는 송영진(왼쪽)과 이로운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고졸 신인 투수 두 명이 4월부터 이렇게 좋은 활약을 한 적이 있었을까”는 물음에, 복수 SSG 관계자들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거의 없었던 것 같다”는 같은 답을 내놨다. 심지어 한 관계자는 “구단 역사상 이런 적은 처음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역사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개막부터 종료까지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우승을 의미)를 달성한 SSG는 올해도 시즌 초반 힘을 내고 있다. 힘겨운 경기가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12승6패(.667)를 기록해 지난해와 같이 가공할 만한 ‘승부를 내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1위다.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낸 성과라는 점은 더 대단하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즐거운 요소가 더 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2라운드에 지명한 고졸 신인 투수 이로운(19)과 송영진(19)의 뚜렷한 가능성 확인이다. 두 선수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담대한 피칭으로 코칭스태프와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SSG가 현재 성적을 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SSG는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이 위기였다. 외국인 투수 에니 로메로가 어깨 부상으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에이스인 김광현도 어깨 염증으로 열흘 정도를 쉬었다. 그때 송영진이 가뭄의 단비처럼 나타났다. 14일 인천 NC전에서 5이닝 무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데뷔승을 거두는 등 4경기에서 12⅔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1.42의 호성적을 거뒀다.

이로운도 송영진에 뒤지지 않는다. 불펜에서 묵직한 공을 던졌고, 은근 슬쩍 필승조 대열까지 올라섰다. 시즌 6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며 2개의 홀드와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고 있다. 4월 20일 수원 kt전과 21일 인천 키움전에서는 최고 시속 150㎞가 넘는 대포알 패스트볼을 펑펑 던지며 연이틀 홀드를 거두기도 했다.

두 선수의 강점은 구위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한 공을 던진다. 여기에 익스텐션 또한 모두 길다. 공을 최대한 앞에서 끌고 나와 던진다. 송영진은 다양한 변화구를 보더라인에 던질 수 있고, 이로운은 패스트볼의 강력한 회전 수와 수직 무브먼트를 앞세워 상대 타자를 힘으로 윽박지른다. 동기라 서로를 의지하면서도, 때로는 라이벌 의식도 있을 것이라는 게 김원형 SSG 감독의 흐뭇한 미소다.

대선배이자 팀 에이스인 김광현 또한 두 후배의 4월 활약이 기특하기만 하다. 김광현은 21일 키움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지금 중간투수로서도 그렇고, 선발투수로서도 그렇고 너무 씩씩하게 잘 던져주고 있어 너무 고맙다”면서 “다른 팀의 신인들도 워낙 좋지만 우리 신인 두 명도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 신인이 올라오면 많이 떨려서 자기 공도 못 던지고 컨트롤도 안 되는 게 대부분인데 우리 신인들은 너무 자신 있게 잘해준다. 씩씩하다. 너무 마음에 든다”고 활짝 웃었다.

▲ 김원형 감독의 과감한 결단은 SSG의 미래를 밝히는 큰 성과로 나타났다 ⓒSSG랜더스

두 떡잎의 잠재력도 잠재력이지만, 결국 김원형 감독의 결단력이 지금의 성과를 이끌었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김 감독은 두 신인 투수를 캠프 때부터 유심히 지켜봤다. ‘신인이니까’라는 선입견 없이 철저하게 실력으로만 평가했다. 통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오자 오키나와 2차 캠프, 시범경기까지 두 선수를 계속해서 데리고 다니며 틈만 나면 테스트를 진행했다.

정규시즌에 들어와서도 꾸준히 기회를 줬다. 그리고 밀어줄 만한 재능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망설임 없이 기용하면서 선수들의 성공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줬다. 김 감독은 적어도 투수 파트에서는 그런 사례들이 많았다. 장지훈 조요한 서동민 등 신진급 선수나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장점과 컨디션을 극대화해 밀어줬던 사례가 있다. 올해는 송영진과 이로운이 그런 믿음 속에 춤을 췄다.

사실 대다수 감독들은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얼굴을 기용하기보다는 1군 경험이 있는 기존 선수들을 먼저 찾기 마련이다. 2군에서 유경험자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대체 선발이 필요할 때 송영진을 썼고, 불펜 투수들의 연투로 필승조가 하나 부족해지자 그 자리에 이로운을 썼다. 그런 승부수는 두 선수의 호투와 함께 커다란 경험으로 남았다. 준비된 선수들과 타이밍을 알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지도자의 조합이 SSG의 4월에 큰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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