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범관(范寬) 계산행려도(溪山行旅圖)
‘계산행려도’는 북송대 회화를 대표하는 산수화가 중 한 명인 범관의 대표작이다. 범관은 초기에는 이성과 형호 등 뛰어난 선대 화가들의 그림을 모사하며 배웠으며, 이후 그림의 이치와 자연의 이치를 융합한 창작 활동을 추구해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보고 느끼고 그리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종남산과 태화산으로 거처를 옮겨 산수를 감상하고 그리는 일에만 집중했다.
범관 산수화 화풍의 특징은 웅장한 거대 암벽이 물가에 우뚝 솟아 있고 그 산 위에 나무숲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또한 사실적인 바위 표현을 위해 빗방울 모양의 타원형 점을 밀집시키는 우점준을 사용해 화북지방의 황토 암석의 견고한 질감을 잘 표현했다.
‘계산행려도’에는 범관의 그의 대표작답게 화풍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선 작품을 보면 화면의 중앙에 화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괴량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산이 우뚝 솟아 있어 '거비파'(巨碑派) 산수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산의 암벽에는 우점준을 사용하며, 우점준 사이에 짧은 준선을 가미하여 질감 효과를 극대화했다. 산 아래 협곡에 짙게 드리운 물안개를 깔아 산세의 험함과 깊음을 표현했다. 산꼭대기에는 짙은 묵색 점으로 표현된 수림이 있으며 산의 오른편 깊은 골짜기에는 새하얀 폭포가 수직으로 길게 떨어지고 있어 물안개와 함께 화면에 부드러움을 주고 있다.
화면의 하단에는 바위 언덕들 사이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고 언덕 위에는 세밀하고 정교한 필치로 그려진 고목이 있다. 고목의 나뭇잎은 농담의 조절을 통하여 다양한 잎을 표현해 울창한 느낌을 더한다. 우측 하단의 길에 네 마리의 당나귀가 짐을 지고 그 앞뒤로 사람이 한 명씩 이끌고 가는 모습이 조그마하게 그려져 자연의 압도적 위용이 더욱 잘 느껴진다.
계산행려도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범관의 화풍은 뛰어난 사실주의 산수화로 이후 중국 산수화의 한 전형이 되어 송대뿐 아니라 이후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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