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랜드 협약 해지, 민간에 유리한 협약·펜션부지 1필지 탓"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로봇랜드 주식회사가 제기한 해지시지급금 등 청구 소송에서 협약해지 및 그에 따른 수천억원의 해지시지급금 지급 결과를 초래한 경남로봇랜드 조성사업과 관련해 실시협약 해지는 민간에게 절대 유리하게 변경된 협약과 펜션부지 1필지 출연 지연이 주요 원인이라고 24일 밝혔다.
도 감사위원회는 이날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이러한 내용의 로봇랜드 조성사업 관련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 감사위원회는 이번 감사는 민간사업자의 실시협약 해지와 해지시지급금 등 청구소송 패소로 막대한 재정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변경 실시협약 체결, 민간사업자 관리·감독, 실시협약 해지사유, 소송 대응에 대해 중점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2015년 경남도·창원시·로봇랜드재단이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변경 실시협약이 사업자에게 절대 유리하게 체결됐다고 밝혔다.
'1단계 민간사업비 1천억원 이상' 문구는 삭제되고 '준공 시점 기준 해지시지급금이 1천억원'으로 확정됨에 따라 민간사업자는 실제 투자금액과 상관없이 준공만 되면 1천억원이 보장되고, '민간사업자 귀책사유'로 협약이 해지되더라도 '운영개시일로부터 1년간 해지시지급금 1천억원이 보장'되도록 설계됐다.
또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하면 행정에서는 협약을 해지하도록 강행규정으로 돼 있고, 행정에서 해지하지 않으면 민간사업자가 해지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민간사업자가 1단계 사업만 수행하고 2단계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구조로 실시협약이 변경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남도·창원시의회 협약변경 동의안을 행정에 불리한 내용은 감추고 유리한 내용은 부각해 작성했고, 협상 과정에서 주요 쟁점인 '해지시지급금'은 본문이 아닌 각주에 담아 관심을 피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민간 부문 사업 관리·감독과 관련해 재단은 민간 테마파크 조성공사 실시설계 타당성을 검증하는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심의·의결 절차를 생략하고, 설계도서 없이 민간사업자 공사 계약과 착공을 허용했다고 감사위원회는 설명했다.
재단은 민간 테마파크 설계감리 미시행, 전체 공사비 781억원 중 241억원 상당의 공간연출 공사의 감리 제외, 공사 미완료 상태에서 준공검사 실시와 산업부 준공 확인 등 관리감독 전반을 부당 처리했다.
특히 창원시는 실시협약에 따라 사업비 분담금 대신 부지를 출연해야 하지만, 2011년부터 2012년까지 337억원을 들여 취득한 407필지를 직접 출연하지 않고 2018년 재단과 불필요한 져주기식 소송으로 소극 출연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2019년 5월부터 9월 사이 재단의 펜션부지 1필지 이전 요청에 대해 시급성을 간과해 이전을 지연함으로써 민간사업자의 실시협약 해지 빌미와 2단계 사업 이행 의무를 벗어나도록 하는 명분을 제공했다.
소송 대응에서도 민간사업자가 사업 기간 변경에 따른 대출상환기일 연장을 요구하지 않는 등의 내용을 재단이 소송에서 주장하지 않았다.
재단은 민간사업자가 감리 없이 부당하게 준공처리한 공간연출 공사 준공검사조서가 준공기한을 넘기고 제출하는 등 여러 문제점을 알면서도 소송 쟁점사항에서 대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재단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소홀히 해 재단 직원으로만 구성된 법무지원팀을 만들어 소송 대응을 전담하도록 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배종궐 도 감사위원장은 "실시협약 해지는 민간사업자에게 절대 유리하게 체결된 변경 실시협약과 펜션부지 1필지 출연 지연 때문이다"며 "소송에서 완전히 패소한 것은 재단이 민간사업자의 여러 문제점을 알면서도 그 과오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관련 사실을 은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자 중 가장 책임이 무거운 6명은 중징계, 9명은 경징계 요구하고, 19명은 훈계 등 조치했다"며 "재단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형사고발 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앞서 부산고법 창원제2민사부(재판장 김종기)는 지난 1월 12일 민간사업자인 로봇랜드 주식회사가 경남도, 창원시, 로봇랜드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해지시지급금 등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민간사업자의 해지시지급금 등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했다.
로봇랜드 주식회사는 "펜션부지를 매각해 대출금 5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재단이 펜션 부지를 넘겨주지 않은 탓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했다"며 행정기관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2020년 2월 해지시지급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 법원은 2021년 10월 민간사업자에게 해지시지급금 등 1천126억원(운영비 포함)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한 바 있다.
해지시지급금은 민간사업자가 1단계 민간사업인 로봇랜드 테마파크(유희 놀이시설)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 1천억원으로 테마파크는 준공 후 로봇랜드재단에 기부채납됐다.
경남도가 로봇랜드 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고려해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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