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대만 문제가 돌연 외교현안 됐다 [랭킹쇼]
1. “적대행위” “내용 정확히 읽어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민간 학살이 일어날 경우 인도적 지원을 넘어선 지원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 상황 등을 고려해 무기 직접 지원 금지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개전 1년 만에 정부 입장이 바뀐 것으로 해석됐다.
러시아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응을 보였다. 19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무기 공급 시작은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20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메시지에 대통령실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20일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교부 훈령을 봐도 어려움에 빠진 제3국에 군사 지원을 못 한다는 조항은 없다”며 “대통령 말씀은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대답”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향후 러시아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거꾸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에 미국 국방부는 20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와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는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 사이버 테러나 강도 높은 무력시위 등으로 반발하고 있다.
2. “살상무기 공급 안해” 기조 유지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3월 2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만나 “대한민국을 비롯한 많은 자유 국가들이 명백히 국제법 위반인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서 규탄하고 또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동참에는 찬성했지만,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가 아닌 비살상용 군수품과 경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8월 17일에 진행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공격용 무기 내지는 군사적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빠른 시일 내에 그들의 자유를 회복하고 손괴된 국가 자산을 다시 복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생각”이라며 지원을 이어갈 의사를 밝혔다. 10월 28일 출근길 문답에서도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는 공급 안 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며 무기 지원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폴란드에 K2전차, K9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에 대한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는 당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인해 군수품이 부족한 상태였다. 한국의 무기 수출을 통해 사실상 비워진 폴란드의 무기고를 다시 채워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 대만문제엔 ‘신중 입장’→‘무력 반대’
윤 대통령은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에서 발생하는 중국과 대만의 긴장 관계에 대해서도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그간 윤석열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윤 대통령이 만나지 않으면서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당시 대만 방문 후 한국에 방문한 상황이었다.
이어 지난해 9월 25일 윤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대만 방어를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대만에서 군사적 분쟁이 발생하면 북한 역시도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대만 방어 지원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이번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양안 갈등이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국제 사회와 함께 그러한 변화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중국은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에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한국 측이 중한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제대로 준수하라”고 전했다.
이날 저녁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 이후 중국이 수위 높은 비판을 지속하면서 한·중 관계가 ‘급랭’하는 모양새다. 21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상하이 ‘란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타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측은 엄중한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재차 밝혔다.
[김윤하·이민형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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