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의 재치에 센스 터지는 엑소 팬덤까지('2023 러브썸 페스티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4. 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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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러브썸 페스티벌’, 특히 뜨거웠던 봄밤의 열기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도 아이돌 기분을 느끼고 싶어요." 정승환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종합운동장 객석 가득 응원봉 불빛이 켜졌다. 그런데 그건 아이돌 그룹 엑소의 응원봉이었다. 이제 막 어둑어둑해져가는 시각, 환하게 켜진 응원봉 불빛에 정승환도 환하게 웃었다. 지난 23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3 러브썸 페스티벌>. 이틀 째 라인업에 엑소 백현이 무대에 선다는 소식에 객석 여기저기에 팬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들고 자리해 있었고, 그걸 정승환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건넨 농담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엑소 팬들이 일제히 정승환의 노래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었다. 분위기는 삽시간에 뜨거워졌다.

이제 낮에는 제법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 <2023 러브썸 페스티벌>에는 연인과 가족들이 낮부터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저마다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편 관객들은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마시며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코로나19를 통과한 해방감이 운동장에서 느껴졌다. 봄, 음악, 책이라는 기본 콘셉트를 가진 <러브썸 페스티벌>이 이번에 선정한 책은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다. 그 콘셉트에 맞춰 운동장 곳곳에 꾸며진 편의점 느낌의 부스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사진을 찍었고, 공연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는 전광판을 통해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이 감성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소개되었다.

공연과 공연 사이에는 한가로운 봄날의 풍경과 '러브썸'이라는 페스티벌의 이름과 걸맞는 따뜻한 분위기들이 펼쳐졌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페스티벌을 즐기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비투비가 부르는 '봄날의 기억'이 한껏 피어난 봄날의 화창함을 느끼게 했다면, 크로스오버의 유채훈은 아이유의 '러브 포엠'으로 관객들을 귀호강시켰다. 페스티벌의 왕자로 불리는 소란은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노래 중간 중간 게임 하듯이 주고받는 무대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고, 감미로운 목소리의 로이킴은 봄이 온 걸 실감하게 만드는 '봄봄봄' 같은 곡으로 듣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발라드 가수로 이런 무대에 오르는 게 진짜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라는 유머 가득한 멘트들과 러브 다이브 안무를 선보이기도 하는 등 웃음을 준 정승환은, 어둑해져가는 시간에 절절한 발라드로 고즈넉한 저녁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고, 이어진 이승윤은 60분 간 총 13곡을 쉬지 않고 '달리는(?)' 무대로 페스티벌을 뜨겁게 달궈 놓았다.

이날 페스티벌에서 특히 주목된 건 오랜만의 백현의 솔로무대 소식을 듣고 모인 엑소 팬덤의 센스 터지는 객석의 풍경이었다. 이들은 백현의 무대를 보기 위해 왔을 테지만 다른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아이돌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아티스트들을 반색하게 만들었다. 맨 마지막 순서인 백현의 무대를 기다리면서도 페스티벌을 충분히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승윤이 무대에 올랐을 때는 이승윤 팬덤의 응원봉들과 엑소의 응원봉들이 함께 어우러져 호응하는 훈훈한 광경들이 펼쳐졌다.

드디어 마지막 무대에 오른 백현은 팬들과 특유의 '밀당' 대화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타 아티스트 분들이 나오셨을 때는 '변백현' 부분을 뒤로 하고 '사랑해' 부분만 들고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다 사랑한다고 할 거예요?" 귀여움이 더해진 질투 섞인 그 말에 관객들은 빵빵 터지는 웃음과 가슴 설렘을 동시에 느꼈다. 마치 관객들과 썸을 타는 듯한 백현의 무대는 그래서 '러브썸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고, 마지막 무대였던 '놀이공원'과 더불어 실제로 터져 오른 불꽃놀이는 봄밤의 설렘을 별빛처럼 펼쳐놓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만 해도 봄이 봄 같지만은 않은 답답함이 있었지만, 이제 그 봄이 화창하게 열렸다는 걸 <2023 러브썸 페스티벌>은 그려냈다. 달달하고 절절한 발라드부터 가슴을 뻥 뚫어주는 록에 이르기까지, 기다렸던 아티스트들과 관객들의 만남은 마치 밀당을 하듯 봄날의 설렘을 머금었다. 사랑과 봄에 썸타는 페스티벌의 열기는 그래서 더더욱 뜨거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지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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