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질문하자 이재명 “김현아는요?”…野, 돈봉투 물타기 시도

[레이더P]
송영길 귀국 놓고 파열음 지속
野, 텃밭 호남서 지지율 ‘뚝’
이상민 “책임 회피 지도부 사퇴”
박지원 “宋 대처 잘했다” 두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조기 귀국을 결정했지만 당내 파열음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의혹을 몰랐다는 송 전 대표의 발언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당 지도부에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상승세를 타던 당 지지율은 돈 봉투 의혹 악재를 만나 텃밭인 호남에서 대폭 하락하는 등 주춤하는 모양새다.

24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자체 진상조사는 없다는) 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당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의에는 “그런 의견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녹취에 나온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서도 “송영길 전 대표가 입국하면 사건의 실체와 내용에 대해 상황 변화가 있겠죠”라며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가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당내에선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나 지도부의 리더십은 철저히 파헤치고 성역 없이 파헤쳐서 진실을 드러나게 하고 그 책임을 묻도록 하는 데에 당을 살릴 수 있는 기회”라며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범계 의원도 KBS 라디오에 나와 “당의 자체 진상특별기구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그냥 검찰 수사에 맡겨놓으면 수사의 시점도 검찰이 고르게 되는 거고 수사를 언제까지 할 거냐라는 것도 엿가락 늘어지듯이 늘어질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당이 적극적으로 내외부의 전문가들을 통한 조사기구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에도 송 전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박 전 원장은 BBS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가 역시 큰 그릇답게 딱 자기의 책임이다, 나는 탈당한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귀국하지 않냐”며 “그 이상 어떻게 하나. 저는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상민 의원은 “개인이 무슨 물욕이 있냐 없냐 문제가 아닌데 이런저런 말씀들이 사태의 본질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송영길 대표는 핵심 인물인데 그분을 지금 미담할, 미화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진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을 일제히 언급하며 돈 봉투 의혹을 물타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김현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몰라요?”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이 돈 봉투 살포 의혹에 수사를 받고 있지만 국민의힘 역시 불법 정치자금 관련 의혹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당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며 “김현아 의원이 고양시에서 공천을 미끼로 돈 봉투를 주고 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내용을 낱낱이 세상에 밝히고 국힘당이 이에 대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은 돈 봉투 사태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7~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1%포인트 하락한 45.7%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은 중도층에서 5.8%포인트, 보수층에서 3.9%포인트, 진보층에서 1.8%포인트 등 일제히 하락했으며 텃밭이 호남(광주·전라)에서도 9.4%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