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인’ 혐의 몰린 남성…14개월 만에 누명 벗어

술에 취한 아내를 부축하다 살인자로 몰린 남편이 14개월 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24일 대구지검 상주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26일 경북 상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40대 여성이 숨졌다.

피의자로 지목된 건 바로 남편 A씨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고 중학생 아들과 집까지 옮기려고 했지만 힘에 부쳤다”며 “아내를 깨우려고 배와 머리를 몇 차례 때렸다”고 진술했다.

대구지검 상주지청. 연합뉴스

A씨는 ‘폭행치사’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줄 알았던 이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사망에 이를 만한 외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예비 부검 결과가 나와서다.

아내의 최종 부검 소견은 ‘급성 알코올중독’이었다. 아내가 평소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건강상 이유로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간 게 직접적인 사인이 된 거다.

경찰은 긴급체포했던 A씨를 석방했고 ‘유기치사’로 죄명을 바꿨다. A씨가 아내를 바로 병원으로 옮겼더라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 판단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구지검 상주치청의 생각은 경찰과 달랐다. A씨에게 유기치사죄를 적용하려면 유기죄가 먼저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기의 고의성과 사망 예견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유기치사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하고 대신 ‘상해’ 혐의로 다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31일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불기소 결정의 일종으로 혐의는 인정되나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망사건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발생한 비극”이라며 “수사가 빨리 종결되지 않으면서 한 가정이 피해를 보았던 만큼 방치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심리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상주=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