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사태는 우리 잘못”…美외교전문가, 반성문 쓴 이유는?
“‘정권 이양’ 약속 믿은 미국과 유엔 관리들 잘못”
두 군벌간 무력 충돌로 발생한 수단 사태가 내전 직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수단의 비극이 서방측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랜드(RAND)연구소의 재클린 번스 선임연구원은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 ‘수단 분쟁은 우리 잘못이다’에서 “국제사회가 진정한 정치개혁과 민주정부를 원하는 목소리보다 부패한 무장세력의 목소리를 우선시한다면 지난 한 주 수단에서 목격한 폭력과 고통의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번스 연구원은 과거 미국 수단 특사의 고문을 지내며 수단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관여한 바 있다.
국제정세 분석가들은 이번 수단 무력 충돌의 배경으로 2019년 독재정권을 몰아내는 데 힘을 보탠 시민 세력이 군벌과 대적하기엔 힘이 너무 미약했다는 점, 러시아, 이집트 등 외세가 군벌 대립을 조장했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고 번스 연구원은 소개했다.
그는 이런 설명에 동의하면서도 “문제는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분쟁 해결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무장단체나 군벌의 이익을 과도하게 대변한 게 잘못된 결과로 이어진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무장단체 간 권력을 나누는 평화협정 체결에 초점을 맞춘 방식의 분쟁 해결이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심지어 단기적인 평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번스 연구원에 따르면 오랜 내전 종식 후에도 수단 내 분쟁이 종식되지 않자 서방 지원을 받는 유엔과 아프리카연합 등 국제기구는 군벌들을 상대로 서로 양보를 얻어내는 형태의 평화협정을 얻어내는 데 주력했다.
번스 연구원은 “국제사회는 폭력적인 분쟁을 종식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지만, 평화를 위한 앞으로의 노력은 누가 중요하고 누가 중요하지 않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무장 단체들의 총을 내려놓게 하자는 일념 탓에 평화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개혁을 위해 싸우는 이들은 곧잘 버려진다”고 말했다.
‘미완의 수단 민주주의’ 공저자이기도 한 저스틴 린치도 20일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수단 민주화를 바라는 미국 등 서방의 미숙한 개입이 이번 유혈 충돌의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준군사조직인 RSF를 쿠데타 군정의 정규군과 통합하려 한 잘못된 노력이 예측할 수 있었던 비극적 분쟁사태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은 2019년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군부 쿠데타로 30년간의 독재를 마치고 권좌에서 내려왔다.
그에 앞서 정부의 빵값 인상에 대한 항의로 촉발된 수개월간의 민중 봉기가 독재정권 축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린치는 “2021년 쿠데타로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군부의 약속은 공허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미국의 지원을 받은 정권 이양 계획은 근본적으로 잘못됐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2021년 쿠데타 이후에도 미국과 유엔임무단이 2019년 과도정부 수립 당시 세운 민간으로의 정권 이양 계획을 그대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린치는 특히 미국과 유엔임무단이 추진한 화해 협상과 안보 부문 개혁방안이 이번 무력 충돌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수단 민주화를 위한 안보 부문 개혁방안은 부르한 장군의 쿠데타 군정 정규군과 RSF를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린치는 “문제는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장군 모두 모두 자신이 쌓아온 권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보 부문 개혁은 두 장군이 각자의 세력을 불리도록 하는 경쟁을 불러일으켰다”며 “군벌들은 공개적으로는 개혁과 민주주의를 약속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미국과 유엔 관리들 뿐이었다”라고 꼬집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