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판결문] MBC 보도로 초상권 침해 소송에 대법 "공적 인물, 문제제기 허용돼야"
김성회 前 대통령실 비서관, 센터대표 시절 의혹
MBC, 합창단 의혹 제기하며 김성회 영상 보도
대법 "공적 의혹에는 광범위한 문제 제기 가능"
"기자의 표현의 자유,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어"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MBC 기자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잘못됐다는 대법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13일 김성회 전 비서관이 이덕영 MBC 기자와 임영서 보도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각 1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덕영 MBC 기자는 2018년 3월2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애국가 제창 행사에 초대 받은 한국다문화센터 산하 레인보우 합창단이 소속 단원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30만 원을 요구해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3월3일 후속 기사에선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가 아이들을 정치인 행사에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 과정에 학부모들과 언쟁을 벌이는 김 전 비서관의 영상을 32초 동안 보도했다.
1·2심은 이덕영·임영서 기자가 김 전 비서관에게 각각 1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20년 7월 2심은 “MBC가 원고(김성회 전 비서관) 초상권을 침해했고, 원고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조치 없이 동영상을 그대로 방송할 필요성, 보충성, 긴급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와 같은 침해행위로 원고가 입는 피해 정도나 피해이익의 보호 가치가 그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하기 때문에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김 전 비서관 초상권이 MBC 보도로 침해됐다고 해도 보도 공공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 불법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방송 당시 원고는 다문화전문가 및 특정 정치인(반기문) 지지 모임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언론 매체에 이름과 얼굴을 알려왔다”며 “원고는 이를 통해 사회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영향을 줌으로써 공적 인물로 활동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레인보우 합창단의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함에도 한국다문화센터가 학부모들에게 추가로 참가비를 부담하게 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고 이 사건 방송 전날(2018년 3월2일)에는 관련 보도도 방송됐다. 그 보도에서 원고는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로서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MBC 방송 내용은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MBC 방송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국내 최초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인 레인보우 합창단의 회계 등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공중의 관심과 원고 태도 등에 비춰 보면 보도 내용은 공공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밖에도 △김 전 비서관이 전날(3월2일) 보도에서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했다는 점 △문제가 된 동영상 외의 다른 보도 영상에도 김 전 비서관 사진과 영상이 사용됐다는 점 △방송 자막에도 김 전 비서관 이름이 표시돼 있어 시청자들은 등장 인물이 김 전 비서관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크지 않다”며 “피고들(MBC 기자들)이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해 방송을 구성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까지 더하면,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들을 종합하면, MBC 방송을 통한 기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초상권 침해로 원고가 입을 피해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그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MBC 기자들의 행위가 원고 초상권을 침해하고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단정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원심 판단에는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조각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첫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에 임명됐으나 “동성애는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를 '화대'라고 표현한 사실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태원 참사 유족을 겨냥해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가는 것을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느냐”고 발언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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