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옥수수, 마약떡볶이… 계속 써도 괜찮은가요?
음식 앞 수식 규제 목소리 나와
21대 국회에선 관련 개정안 3건 발의
지자체에서도 조례안 통해 규제 추진
버터와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에 자작하게 구운 옥수수. 그 위에 치즈에 파슬리까지 뿌리면 많은이가 좋아하는 ‘옥수수 버터구이’가 완성된다. 그런데, 옥수수 버터구이보다 더 익숙한 명칭이 있다. ‘마약옥수수’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별칭이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먹는 것’ 앞에 수식어로 붙은 것인데, 마약옥수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장 지도를 켜고 ‘마약’을 검색해보면 마약등갈비,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등…. 수많은 음식들이 마약을 앞세워 자신의 중독성을 뽐낸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선 음식 앞에 ‘마약’을 붙이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의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됐다.
법안을 가장 먼저 대표 발의한 건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다. 권 의원은 지난해 8월 법안을 발의하며 “마약김밥, 마약떡볶이의 예에서 보듯 식품 등에 마약과 같은 약물중독을 일으키고 사회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명칭까지 식품 등의 표시 및 광고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도 비슷한 개정안을 냈다. 서 의원은 당시 “식품의 명칭 등에 마약이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돼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게 마약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고 친화적으로 비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현재도 ‘마약김밥’이나 ‘마약떡볶이’라는 표현은 사실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한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계도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 식약처에 필요한 점이 있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1년 정도로 충분히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자체에서도 활발하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박세원 의원은 지난달 학생안전지역에서 마약 등의 상호를 사용하는 현황에 대해 교육장과 학교장이 실태점검을 해 공개하고, 개선을 권고하도록 하는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해당 조례안이 입법예고된 뒤 학교의 업무를 가중시킨다 등의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돼 현재 상정은 보류된 상태다.
박 의원은 “최근 미성년자가 연루된 마약 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에는 마약김밥·마약떡볶이 등 표현을 남용하며 마약을 그저 ‘중독성 있는 것’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학교 주변에서라도 마약 명칭을 제재하자는 조례안을 낸 것인데 논란이 계속돼 일단 상정 보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정안과 조례안이 계속해서 나오는 건 10대 마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최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2387명 중 10대는 294명(2.4%)이다. 2018년 마약사범 8107명 중 10대가 104명(1.3%)이었던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는 셈이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증가폭은 1.5배 수준이다.
지난달엔 중학생이 온라인으로 마약을 구매한 뒤 투약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중학생 A(14)양과 같은 반 남학생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6일 오후 6시40분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A양 집에서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A양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노원경찰서도 지난 20일 일명 ‘나비약’을 온라인에서 사고판 혐의로 35명을 붙잡았는데 이중 19명이 10대였다. 식욕억제제인 나비약엔 마약류 성분인 팬터민이 들어있어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지만 10대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거래된 것이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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