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족도, 저런 가족도 모두 정상 아닌가요?…수원시립미술관 ‘어떤 Norm(all)’ [전시리뷰]
어떨 때 ‘정상’이고 어떨 때 ‘비정상’인가. 한국 사회는 임의로 설정된 기준과 규범에 따라 끌어안을 요소와 배제할 요소들을 선별한 뒤 차별을 정당화한다. 정치, 경제, 환경, 외교 등의 거대 담론이 아닌 피부로 와 닿는 일상조차도 ‘강요된 정상성’에 물들어 있다. 식생활, 외모, 패션, 주거 형태….그 중에서도 ‘가족’을 바라보는 통념은 오랜 기간 갇힌 틀을 맴돌며,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과 그 형태에 정답이 있는 듯 각자의 미디어 환경을 비롯한 일상에 영향력을 떨쳐왔다.
지난 18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현대미술 기획전 ‘어떤 Norm(all)’은 ‘어떤 가족이 정상인지’ 관람객들에게 질문한다. 강태훈, 김용관, 문지영, 박영숙, 박혜수, 안가영, 업체eobchae(김나희, 오천석, 황휘), 이은새, 장영혜중공업, 치명타, 홍민키 등 분야를 막론하고 활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다큐멘터리, 회화, 사진, 설치 등 다채로운 분야의 작품들이 3부로 구성된 전시장 곳곳을 수놓고 있다. 이곳에 모인 작품들은 저마다 결이 다르고 지향점도 다르지만, 모두 관람객과 상호작용할 때 작품의 의미가 완성이 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품고 있다.
1부의 작품들은 전통 속 가족의 모습을 조망하면서 그 이념을 해체하려는 작업의 전초전을 위해 모였다. 강태훈 작가의 ‘나쁜 피’는 사회에서 작동하는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은유적인 오브제를 통해서 들추는 작업이다. 박혜수 작가의 ‘우리 친밀도 검사’를 통해선 관람객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가족에 대해 어떤 인식을 지녔는지 확인해볼 기회다.
2부에선 정상성의 폭력이 만들어낸 그늘 속에 늘 존재해왔던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만난다. 문지영 작가는 ‘엄마의 신전’ 회화 연작으로 개인의 경험을 캔버스로 끌고 와 정상과 비정상을 어떤 척도로 나눌 수 있는지 반문하고 있다. 그의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문제 제기뿐 아니라 그 다음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 느껴진다. ‘엄마의 신전 Ⅴ’ 속 남자가 사라진 공간에 어머니와 장애를 지닌 아이가 서로 의지한 채 서 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가족 사진처럼 보인다. 이들을 가족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떻게 불러야 할까? 문 작가의 작품을 통해선 정지된 회화가 사회 문제를 머금었을 때 어떤 생명력으로 둘러싸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작법을 활용해 만든 홍민키 작가의 ‘들랑날랑 혼삿길’ 역시 성소수자 민기, 그의 연인과 가족들의 생각을 교차해서 담아내며 다양한 목소리와 생각을 관람객들과 나누고 있다.
이어지는 3부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가족을 정의하고 구성하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생각들이 엿보인다. 김용관 작가에겐 서로가 서로를 익숙하게 받아들여야만 가족이 성립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의 믿음이 반영된 설치 작품 ‘무지개 반사’는 다양성과 평화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상을 관람객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작됐다. 김 작가는 “작품에 깃든 그래픽 요소에 대한 가치 판단보다 그것들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될 때 화합과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장수빈 큐레이터는 “최근 몇 년 간 혼란에 빠진 한국 사회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족’에 관한 이야깃거리였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 속 가족의 의미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동시대 작가들의 관점을 빌려 조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20일까지.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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