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극찬한 이 제도…사기꾼 득세에 사라진다면 [매부리레터]

존폐 기로에 선 부동산 전세제도
“전세대출·보험 축소” 목소리 커져
월세 확산 부동산시장 미칠 영향은

사진은 대규모 전세사기가 벌어진 서울 화곡동의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지역 전경. <이충우 기자>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되면서 전세제도를 손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세대출, 전세보증보험이 깡통전세의 확산을 키웠다는 의견입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기피하면서 전세가 줄고 월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극찬’해온 ‘전세제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라지게 될까요.

“전세대출을 없애고 월세로 살도록 유도해야합니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이번 전세사기의 근본적 원인으로 손쉽게 해준 전세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을 꼽습니다.

“정부가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면서 전세제도를 더 키웠습니다. 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월세를 살텐데, 정부가 전세자금을 저리로 쉽게 대출을 해주니까 전세가 오르니까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거죠. 결국 전세대출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른겁니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

김 대표는 “전세대출은 결론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올렸다”고 주장합니다.

“전세대출이 쉽게 되니까, 내 돈이 아니니까 매매가의 80%까지 전세를 들어가는거죠. 본인 돈이면 매매가 대비 80~90% 전세는 조심할텐데, 전세대출을 쉽게 해주고, 전세보증보험까지 드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깡통전세’로 들어가는 겁니다.”

김 대표는 전세보증보험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줄여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전세보증보험의 손실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떠안는건데 전세보험이 피해자를 구제하는것 맞지만 전세사기범들의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전세대출을 줄이면 사람들이 월세로 자연스럽게 갈 것이다. 월세가 확산되면 갭투자가 줄어들고 전세가 줄면 자연스럽게 집값도 하향안정화된다”면서 전세대출을 줄여서 시장이 월세로 자연스럽게 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월세 확산…내 집 마련 사다리 사라져

전문가들은 이번 전세사기 사태를 계기로 빌라나 오피스텔은 월세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빌라나 오피스텔은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렵다. 전세상한가를 정하자고 하지만, 매매가나 전세가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빌라나 오피스텔은 전세보다 월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 위원은 “다만 시세가 정확한 아파트는 거주 수요가 많기 때문에 아파트는 전세 기피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월세가 확산되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박 위원은 월세 확산은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더욱 키울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상상해보자. ​내 집을 갖든지, 아니면 월세 살이를 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월세 살이 고통을 잘 모릅니다. ‘하루가 짧은 지는 실직해보면 알고, 한 달이 짧은 지는 월세를 내보면 안다’고 했습니다. ​월세시대의 내 집 한 칸은 더욱 소중해집니다. 젊을 때는 그나마 월세 살이를 견딜 만합니다. 그러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노후의 월세 살이는 한마디로 끔찍할 것입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세는 내 집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도 했습니다. 돈이 모자라 당장 집을 장만할 형편이 안 되는 경우 요즘 말하는 ‘갭투자’를 했습니다. 일단 전세를 끼고 사뒀다가 돈을 모아 이사를 하는 계단식 내 집 마련을 하는 방식입니다. 앞으로 본격 월세시대가 되면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사라집니다. 전세살이를 몇 년하고 목돈을 마련한 뒤 내 집을 장만하는 패턴이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동안 아파트, 빌라 등 전세가 보편적 수단일때는 주거용 부동산은 금리에 영향을 덜 받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월세시대에는 부동산은 금리의 영향이 더 높아집니다.

“월세시대에는 대출 금리에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목돈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을 최대한 빌려 집을 살 수 밖에 없는 데, 금리동향에 따라 집값이 출렁일 수 있습니다. 대출금리가 집값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세 낀 갭투자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제는 대출로 내 집마련을 할수밖에 없고 금리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커진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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