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채무 탕감'엔 선 그은 원희룡…"국가가 메꿔줄 수 없다"

인천=이정혁 기자 2023. 4. 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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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첨단 사기범죄에 대해 국가가 전부 떠안을 것이라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전세사기 피해자 채무 탕감책'을 건의한 데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원 장관은 인천시가 탕감책을 거듭 건의하자 "국가가 먼저 그것(사기 피해금)을 대납해 돌려주고 이를 떠안으라고 하면 앞으로 사기 피해금액은 국가가 모두 메꿔야 한다"며 "대다수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도와주고 싶어하지만 우리는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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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박정호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인천 부평구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대책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4.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앞으로 첨단 사기범죄에 대해 국가가 전부 떠안을 것이라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전세사기 피해자 채무 탕감책'을 건의한 데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원 장관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난색을 표하면서도 "최대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실질적 대책 세울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아 유정복 인천시장, HUG(한국도시주택보증공사)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인천시 관계자는 "저출산 대책의 연장선상으로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 피해자에 한해 탕감과 개인회생 등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피해자들의 시각에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법과 제도, 정책 등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달라"고 거들었다.

원 장관은 인천시가 탕감책을 거듭 건의하자 "국가가 먼저 그것(사기 피해금)을 대납해 돌려주고 이를 떠안으라고 하면 앞으로 사기 피해금액은 국가가 모두 메꿔야 한다"며 "대다수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도와주고 싶어하지만 우리는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야당과 피해자 대책위, 시민단체 등이 요구하는 '선 보상 후구상권 청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만 바로 (탕감책 등을) 적용하면, 전체 신용체계와 정부의 할 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 국가의 기본질서 등 사회 기본상식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으로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면서 "신용불량 문제나 채무조정은 법원에 의해 되는 길이 있다"며 "이런 새출발 제도와 서민금융지원은 전세사기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 어려운 사람이 많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의논해 보겠다"고 했다.

이날 인천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건축왕·빌라왕·청년 빌라왕' 등이 소유한 주택은 3008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추홀구가 2523채로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택 경매 절차가 끝나 이미 퇴거를 당한 세대는 240여 가구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달 정부 대책 발표 전에 피해를 입어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원 장관은 "제도가 한발 늦은 탓에 기존 피해자들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정부의 지원 취지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지금부터 지원받고 구제를 받는 현재 피해자에 준하는 보완대책을 빠른 시간 내에 구체화할 것"이라고 소급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천=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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