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안보리 의장국 지위 우크라 침공 변호에 적극 활용
기사내용 요약
"우크라 아동 납치는 안전 때문" 강조
"서방 우크라 지원은 군축 무책임" 비난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유엔은 각종 황당한 일과 위선이 가득한 곳이지만 터무니없는 장면이 특히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번 달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 의장국을 맡으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방어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음은 기사 요약.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우크라이나 아동의 납치를 보호조치로 포장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서방이 군축에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4일 전쟁 방지가 목적인 유엔 헌장 원칙을 옹호하는 안보리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유엔주재 미 대사관 소식통은 “러시아가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저들이 전쟁에서 저지른 최악의 일들을 의제로 골라 분위기를 뒤집으려 한다. 우리는 걸려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재단의 피터 여 선임부사장은 “지저분한 외교가 벌어지고 있지만 별 성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기구 중 가장 강력한 안보리는 15개 이사국들이 돌아가면서 영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한 달씩 의장국이 된다.
의장국은 의제 선정에 큰 영향력을 갖지만 의장국은 다른 이사국이 요청하는 의제가 못마땅하더라도 수용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러시아는 의장국 지위를 활용해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를 지지하도록 설득하거나 러시아에 해로운 일을 벌이지 못하도록 하는데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행보에 대응하느라 애를 먹는다. 러시아를 무시하는 경우 러시아가 마음껏 자기주장을 펴도록 방치할 위험이 있고 반박하더라도 러시아의 입장이 부각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 등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지 주장이 이미 낡은 것이라며 러시아 비판을 묵살한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서방 동료들이 다소 감정적이다. 특히 공개회의 때 그렇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피로감이 커져 그런 경향도 다소 줄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에도 안보리 의장국이었으며 침공 당일인 2월24일 회의를 주재하면서 침공사실을 인정하고 회의를 지속했으며 우크라이나 대표가 길게 발언하도록 허용했었다.
미국무부는 의장국이 되는 러시아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회의 참가 수준을 조절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직급이 낮은 대표를 회의에 참석시키고 발언 직후 회의장을 떠나는 식이다. 지난 3일 의장국 주최 조찬에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주재 대사가 관례를 벗어나 불참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5일 러시아는 강제로 러시아에 끌려간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아동 문제를 의제로 비공식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데려갔고 나중에 가족들에게 돌려보낼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아동 납치를 주도한 마리아 르보바-벨로바가 화상으로 발언하게 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그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수배했다.
이 회의에 미국과 영국이 낮은 직급의 대표를 참석시키고 르보바-벨로바가 발언하는 동안 퇴장했다. 영국과 미국은 유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발언 장면이 중계되는 것도 막았다. 이사국의 반대가 있으면 중계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으나 반대는 매우 드문 일이다.
며칠 뒤 러시아는 군축 관련 공식회의를 개최하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를 지원해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는 로버트 우드 부대사가 참석해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려고 시도한다는 우려를 밝혔다.
러시아는 24일 회의 의제로 주권 평등, 동등한 권리, 자결, 공정 및 안보, 우호관계 및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국제 질서를 제시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엔헌장 위반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한 유엔 주재 외교관은 러시아가 안보리를 입맛대로 활용하고 있더라도 회의 자체를 봉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수단, 아프가니스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리를 봉쇄하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들을 다룰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2003년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당시 “미국과 영국이 잇달아 안보리 의장국을 맡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미 당국자는 “유엔 헌장을 전반적으로 위반한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것은 큰 문제다. 안보리와 유엔이 크게 개혁돼야 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위기그룹(ICS) 유엔 전문가 리처드 고원은 “러시아가 의장국을 맡는 동안 민감한 사안에 대한 투표가 없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운이 좋다. 러시아가 과도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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