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꼼수 부추기는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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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코리아가 최근 국내 출시한 전기차 ID.4 연식변경(2023년형) 모델의 가격은 프로 라이트(Pro Lite) 5690만원, 프로(Pro) 5990만원이다.
프로 라이트가 5690만원으로 인증받은 덕분에 5990만원짜리 프로 트림도 보조금 100% 지급받는 것이다.
업계는 프로 라이트 트림이 실제 판매 목적보다는 보조금 인증용이라는 목적성이 큰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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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코리아가 최근 국내 출시한 전기차 ID.4 연식변경(2023년형) 모델의 가격은 프로 라이트(Pro Lite) 5690만원, 프로(Pro) 5990만원이다. 작년에는 단일 트림만 판매했는데, 올해는 프로 라이트라는 새로운 트림이 생겼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최저 트림 가격에 기준해 100%를 지급할지, 50%를 지급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환경부 기준에 따르면 전기차값이 5700만원 미만이면 보조금 100%, 5700만원 이상~8500만원 미만이면 보조금 50%를 각각 지급한다. 차값이 8500만원 이상이면 보조금이 없다.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모델에 보조금을 더 투입해 전기차 확산을 앞당기고,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고가 전기차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보조금도 필요없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보조금 책정 기준에서 차값은 소비자가가 아니다. ‘인증 사양별 기본가격’에 기준한다. 작년부터 바뀐 규정이다. 모터 출력, 배터리 용량, 구동 방식, 공조 장치 구성이 같다면 트림별로 가격이 달라도 동일 보조금을 책정하는 식이다. 보조금 100%를 받기 위해 쓸만한 옵션을 뺀 ‘깡통 트림’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최하위 트림의 가격만 5700만원 아래로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주력 판매 모델은 가격을 수백만원 올려받아도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다.
실제 ID.4는 프로와 프로 라이트 트림의 모터 출력·배터리 용량·구동 방식 등이 같다. 프로 라이트가 5690만원으로 인증받은 덕분에 5990만원짜리 프로 트림도 보조금 100% 지급받는 것이다. 프로 라이트는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디자인이 프로와 다르고 오직 2가지 색상만 선택할 수 있다.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와 반자율주행을 지원하는 트래블 어시스트 등 주요 기능도 빠져있다. 업계는 프로 라이트 트림이 실제 판매 목적보다는 보조금 인증용이라는 목적성이 큰 것으로 본다.
현대차도 작년 아이오닉6를 출시하며 같은 방법을 썼다. 당시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은 5500만원 미만이었는데, 최저가 트림 이라이트(E-Lite)를 5500만원 미만으로 설정하며 프레스티지(6135만원) 트림도 보조금 100%를 받게끔 했다. 사실상 보조금 인증용으로 대부분 옵션이 빠져있기 때문에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9~11월 판매된 아이오닉6 9515대 중 이라이트 트림은 85대(0.9%)에 불과했다. 프레스티지 판매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7.9%로 나타났다.
자동차 제조사가 깡통 트림을 만드는 꼼수를 쓰게 만든 건 환경부 탓이다. ‘인증 사양별 기본가격’이라는 이상한 규정을 도입, 미끼 상품을 만들어 두고 실제로는 수백만원씩 전기차 가격을 올려도 표시가 안나게끔 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친환경차를 보급한다는 정책 목표에서는 멀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옵션을 추가한 실구매가를 기준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하는 쪽으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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