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초등생 사망' 현장검증…"음주운전자, 왜 집까지 갔나" 쟁점

기사내용 요약
피고인 "방지턱 오인…도주 의사 없어"
현장 살핀 재판부 "턱 크게 높지 않아"
검찰 "즉시 정차 필요…정차 가능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등학교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대낮 음주운전이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7주간 대낮 음주 특별 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3.04.14. suncho21@newsis.com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술에 취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사건에 대해 법원이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사고 당시 아이를 과속방지턱으로 착각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재판부가 직접 현장을 찾으면서, 과연 그에게 도주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가 향후 재판부 판단의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39)씨 사건의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시작된 검증 절차는 사고 직후 A씨의 행적과 도주 고의가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고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A씨는 B(9)군을 차로 치었지만 집까지 약 930m를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아이를 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후 시차를 두고 사고 현장에 다시 나타났는데, 이를 두고 A씨 측은 도주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했던 당시 A씨가 차량으로 이동했던 동선을 쫒으며 검증을 진행했다. 집에 도착하기 전 A씨가 한 차례 이상을 감지하고 차량을 멈췄던 지점도 살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방지턱으로 오인했다는 지점에 멈춰서는 실무자들에게 "이 부분을 자세히 찍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배수로의 높이가 아이를 방지턱 내지는 배수로로 오인할 정도의 높이인지를 본 것"이라며 "충격 위치는 배수로 1m 정도 앞이었는데 크게 턱이 있는 높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실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지만 규범적으로 도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봐야한다"며 "주차한 곳이 멀지 않았으니 여러 우연이 상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 A씨 측 변호인 역시 각각의 주장을 펼쳤다.

검사는 "법적으로 즉시 정차했어야 하는 상황이고,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곳 등에 충분히 차를 세울 수 있었다"며 "굳이 집까지 차를 끌고 가지 않고 사고를 인식했다면 내렸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차를 멈출 수는 있었다. 생각보다 (사고 인근) 턱이 낮지만 피고인 본인은 무언가를 밟고 사람이란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했다. A씨는 이날 검증 현장에는 나오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4시57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당시 집 주차장에서부터 약 930m 구간을 만취 상태로 운전했고, 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 부근에서 좌회전하던 중 B군을 충격한 뒤 필요한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검찰은 A씨가 B군을 충격한 순간 차량이 흔들리고, A씨가 사이드미러 등을 통해 사고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멈추지 않고 차량을 몰아 B군이 쓰러진 채 방치됐던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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