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日 세계유산 추진 사도광산…“명부 공개 못해”

오승목 2023. 4. 2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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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사도광산'은 과거 조선인이 대규모로 강제동원됐던 곳입니다.

누가 끌려갔는지 제대로 파악할 방법이 없었는데, KBS가 '공식 명부'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광산 측은 명부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가 설명해드립니다.

[리포트]

지금 보시는 게 바로 사도광산입니다.

일본 니가타현 앞바다 사도가섬에 있고요.

에도시대, 대략 17세기부터 400년 넘게 이곳에서 금이나 은, 구리 등을 채굴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19세기 말 인수해,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습니다.

사도광산은 일본 최대 금광으로 꼽히며, 침략 전쟁의 비용을 충당해오던 곳인데, 1940년대 태평양 전쟁 당시 수많은 조선인들이 끌려와 강제노역을 했습니다.

니가타현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인 사도섬은 탐방 코스가 개발돼 당시 채굴 작업이 재현돼 있습니다.

1943년, 전북 익산에 살던 정운진 씨의 아버지, 마을에 할당된 동원 대상 두 명을 채워야 해 어쩔 수 없이 제비뽑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운진/강제동원 피해자 정쌍동 씨 아들 : "이런 데서 고생하시고...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했을 텐데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의 일본식 이름 '히가시모토 소도'는 사도시 박물관에 있는 조선인 담배 배급 명부에서 확인됐습니다.

일본 니가타 노동기준국이 작성한 공문서 사본입니다.

'귀국 조선인에 대한 미불임금채무 등에 관한 조사에 관해' 라고 적혀있는데요.

1949년 2월 25일 1,140명의 미지급 임금 23만 1059엔 59전이 공탁됐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최소 천 명이 넘는 조선인이 사도 광산에서 일했단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이 됐는데요.

강제동원 조선인이 누군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지금까지 기숙사 담배 배급 명부가 유일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인 공식 명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KBS 취재진에 의해 처음 확인됐습니다.

니가타현립문서관의 1414번 자료.

1984년부터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보관된 '반도 노무자 명부'입니다.

사도광산이 직접 작성했고, 조선인을 통제,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가 담겼을 텐데, 광산 측은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추진하고 있는데, 어떤 의도에서일까요?

과거의 사실을 왜곡한 역사교과서는 자국용일뿐, 세계인을 상대로 자국 역사를 미화하고 홍보하기 위해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더 효과적일 거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다른 강제동원의 현장, 군함도는 앞서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죠.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겠단 조건이 붙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라는 유네스코의 경고도 무시하고, 오히려 일본 근대화의 성지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의회에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논의하는 자리에선, "근거 없는 중상에 대해 의연히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강제연행'이나 '강제노동'이란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한 겁니다.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신청할 땐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로만 한정해 근대 이후 강제동원 역사를 숨기는 꼼수를 썼습니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일본 측 서류 미비를 이유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심사를 하지 않았는데, 일본은 지난 1월 추천서를 다시 제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제3자 변제'를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해법이라 발표하고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은 여전히 없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오승목 기자 (o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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