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주시죠, 엄마가 SNS에 올린 제 사진”...프라이버시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아이티라떼]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돕는
정부 첫 시범사업 오늘부터 닻 올려
내년 특별법 제정 등 추가 입법으로
부모 셰어런팅 게시물 삭제도 가능

내년 검색 포털과 소셜미디어(SNS) 기업들이 바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셰어런팅(sharenting)’으로 불리는 제3자 게시 사진과 영상물에 대한 아동, 청소년들의 삭제 요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셰어런팅은 어린 자녀의 일상을 SNS 등에 무분별하게 업로드하는 부모의 행위를 일컫는 말로, 공유(share)와 부모(parents)의 합성어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4일부터 만24세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동, 청소년들이 온라인 활동을 하며 각종 사진, 동영상을 올렸다가 뒤늦게 후회를 하고 이를 삭제하려고 해도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거나 신청 경로가 복잡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죠.

정부는 이처럼 만18세 미만 아동·청소년 시기에 콘텐츠를 게시하고 현재는 삭제를 희망할 경우 해당 게시물의 주소(URL)와 본인이 올린 것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해 신청하면 정부가 믿음직한 대리자가 돼 검색 포털과 SNS 업체에 접근배제를 요청할 예정입니다.

신청 대상은 만 24세 이하 국민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개인정보 포털’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신청자와 실무 담당자를 1대1로 매칭해 다양한 조언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본인이 직접 게시’한 건에 대해서만 삭제 또는 가림처리가 가능하지만 정부는 내년 추가 입법 작업을 통해 부모가 올린 셰어런팅 등 제3자가 아동·청소년의 동의 없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서도 삭제와 가림처리를 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가칭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특별법 형태의 새 법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양육 기간 동안 자녀를 본인의 분신처럼 생각하고 문제 의식 없이 자녀가 노출된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게 되는데요. 반면 해당 자녀 입장에서는 해당 콘텐츠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거나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로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셰어런팅 게시물을 둘러싼 여러 기본권의 충돌 등 정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기존 법령에 별도 규정을 신설하는 것보다 특별법 형태를 통해 정부가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잊힐 권리를 강화하는 접근이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습니다.

사랑하는 자녀와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다가 나중에 자녀가 반발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난감해하는 부모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녀를 사랑한다면 잊지 마십쇼. 프라이버시권은 연령을 가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