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군비 지출 2900조 사상 최대…우크라 군비 640%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긴장 고조의 영향으로 지난해 세계 군비 지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4일(현지시간) ‘2022년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군비지출 규모가 전년보다 3.7% 늘어난 2조2400억달러(약 2982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군비를 지출한 국가는 8770억달러(약 1170조원)를 기록한 미국이다. 이어 중국(2920억달러)과 러시아(864억달러)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이 세 나라의 군비 지출이 전 세계 군비 지출의 56%를 차지했다. 한국(464억달러)은 9위, 일본(460억달러)은 10위로 조사됐다.
지난해 군비 지출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군비 지출이 전년보다 9.2% 늘어난 864억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에 작성한 예산 계획보다 34% 증가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비용이 애초 예상치보다 훨씬 컸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도 전년보다 무려 640% 증가한 44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이래 한 국가의 연간 군비 지출 증가폭 중 최대라고 SIPRI는 지적했다. 세계 군비 지출 순위에서 2021년 36위였던 우크라이나(440억달러)는 지난해 11위로 뛰어올랐다.
유럽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지원 및 자국 방위력 증강에 나서면서 군비 지출이 늘었다. 지난해 유럽 군비 지출은 13% 증가해 48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냉전 종식 후 연간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동유럽 지역의 군비 지출은 1350억달러로 58% 급증했다.
유럽에서 군비 지출 증가폭이 가장 큰 국가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다. 이달 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의 군비는 전년보다 36% 늘었다. 이어 리투아니아(27%), 스웨덴(12%), 폴란드(11%) 등 러시아와 가까운 유럽 국가일수록 증가폭이 높게 나타났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의 군비 지출이 늘어난 것도 세계 군비 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의 지난해 군비 지출은 5750억달러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중국의 지난해 군비 지출은 2920억달러로 전년 대비 4.2%, 2013년 대비 63% 늘어났다. 중국의 군비 지출은 28년 연속 증가했다.
일본의 지난해 군비 지출은 전년보다 5.9% 증가한 460억달러로, 196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국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지난해 군비 지출이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SIPRI의 선임연구원 난 티안은 “최근 몇 년간 세계 군사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점점 더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각국은 악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은 가까운 장래에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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