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 “발트 3국 주권 명시한 국제법 없다” 망언
프랑스 파리 주재 중국 대사가 구(舊)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발트해 국가들의 주권을 의문시하고 크림반도는 러시아 것이라고 ‘망언’해,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의 비난을 샀다.
류 샤예 파리 주재 중국 대사는 최근 프랑스 TV 뉴스 채널인 LCI 인터뷰에서 “국제법상 크림 반도가 어느 나라에 속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심지어 발트 3국과 같이 구(舊)소련 국가들도 이들을 주권국가로 명시하는 국제적 협정이 없기 때문에 국제법 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 내용은 21일 방영됐다.
그는 또 크림 반도에 대해서도 “사안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다. 역사적인 문제가 있다. 크림 반도는 원래 러시아의 일부였는데, 흐루쇼프(흐루시초프) 서기장이 소련 시절에 우크라이나에게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우선 소련 정부는 해체 전인 1991년 9월6일 발트 3국의 독립을 인정했다. 유럽안보기구인 유럽안보협력컨퍼런스(OSCE)는 9월10일 3국을 새 회원국으로 인정했고, 발트 3국은 같은 해 9월17일 유엔에 새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또 흐루쇼프가 우크라이나에 크림 반도를 ‘선물’한 것은 사실이나, 당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섞여 지내던 시절이었다. 흐루쇼프는 민족적으로는 ‘러시아인’이었지만, 스탈린 사후에 러시아 공산당 내부와 정계에서 강력한 우크라이나계의 지원을 받아 서기장이 됐다. 흐루쇼프의 후임인 레오니드 브레즈네프도 우크라이나와 각별한 인연을 가졌다.
러시아 민족주의자인 블라디미르 푸틴은 2021년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일성(unity)에 대하여’라는 장문의 논문에서 “우크라이나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됐던 흐루쇼프와 브레즈네프가 근30년 소련 공산당을 이끌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1991년 12월26일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서 모두 민족주의 열기가 일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 5개국은 1994년 12월5일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는 소련 시절의 핵무기를 러시아에 이양한다는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Budapest Memorandum)에 서명했다.
루 대사의 발언이 소개되자, 라트비아 외무부 장관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중국 정부의 설명과 이 발언의 철저한 철회를 기대한다”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을 할 것을 주문했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도 루 대사의 발언을 리트윗하며 “왜 발트 국가들이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자’ 역할을 불신하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이 중국 대사가 ‘크림 반도는 러시아 것이고, 우리나라들의 국경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라”고 썼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마카일로 포돌리야크 고문은 “중국이 주요한 정치적 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한다면, 러시아의 선전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프랑스는 루 대사의 발언이 중국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인지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은 국제법 상 불법이다. 우크라이나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크림 반도를 포함한 국경 내에서 유엔의 새 회원국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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