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이강인 이렇게 빨랐나? 후반 50분 70m 질주 골이라니...
오광춘 기자 2023. 4. 24. 12:26
육하원칙에서 '언제'를 앞세워야 할 때가 있죠. 헤타페전 이강인의 두번째 골이 그렇습니다. 그게 후반 50분이었습니다. 90분을 다 채워서 뛰고 모두 지칠 대로 지친 추가시간이었죠. 이강인의 질주는 그때 나왔습니다.
자기 진영에서 수비를 하러 왔다 동료가 공을 걷어내자 뒤돌아서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하프라인에 못 미쳐서 처음으로 터치를 한 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을 향해 달렸습니다. 상대 페널티 지역까지 진입하는데 왼발로 툭툭 5번 공을 건드렸을 뿐입니다. 6번째 터치가 그 질주를 끝내버린 슛이었습니다. 이때 골이 될 수 있는 확률, 기대득점(xG, Expected Goals)은 0.34였습니다.
이강인이 이렇게 빠른 선수였는지, 특히 공을 지닌 채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3년 전 손흥민의 번리전 골이 스쳐 갔습니다. 이강인의 스피드가 얼마나 가속이 붙었는지는 뒤따라오던 헤타페 다코남 제네(토고)를 보면 알 수 있죠. 제네는 중앙수비수지만 178cm로 그리 크지 않고, 대신 스피드가 좋고 탄력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이강인과 한 걸음 정도 떨어진 간격을 끝내 좁히지 못했습니다. 힘이 부쳤습니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지치지 않고 70m를 내달릴 수 있는 힘이 남아있었는지, 그것 역시 놀라웠습니다. 이강인 하면 떠오르는 관념을 넘어서게 했으니까요. 기술은 좋으나 그렇게 빠르지 않고, 그렇게 많이 뛰지 못한다는 편견들 말이죠.
이강인의 '4월 이야기'는 가슴 뛰는 것들과 함께 합니다. 미처 몰랐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았던 잠재된 힘이 표출되고 있으니까요. 지난 18일 셀타비고전에서 놀라운 드리블로 그라운드를 휘젓던 그 모습 역시 강렬했죠.
축구에서 골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려줬으니까요. 일주일도 안 돼 이강인은 이번에는 아름다운 골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그 과정을 그라운드에 수놓았습니다. 그것도 질주의 힘으로.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이런 평가를 남겼습니다.
'이강인은 경기를 바꾸고 나아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선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상대 팀 수비를 미치게 만들었다.'
찬사는 줄지었습니다. '누가 더 멋진 칭찬을 남기는가'를 놓고 경쟁하듯. 스페인 '라리가' 트위터는 '승리의 설계자'(The architect of the victory)라 썼고, 마요르카 역시 '왕'(King)이란 키워드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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