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 1인 시위 이동 조치한 경찰...인권위 “표현 자유 침해”
대통령실 앞 1인 시위를 이동 조치한 경찰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17일 서울경찰청 소속 경비대장에게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던 A씨를 이동 조치한 서울경찰청 소속 경위와 순경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작년 5월 13일 오전 11시 50분쯤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대통령 집무실 앞 정문에 도착했지만 내리지 못했다. A씨가 피켓과 확성기를 들고 내리려고 하자, 서울경찰청 소속 경위와 순경 등이 이를 막고 A씨가 타고 온 택시에 함께 탑승해 녹사평역까지 이동한 후에야 내리게 했기 때문이다. 녹사평역은 대통령 집무실 정문에서 약 800m 떨어진 장소였고, A씨는 이로 인해 1인 시위를 하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은 A씨가 평소 확성기를 이용해 인근을 소란스럽게 하고, 차도로 뛰어드는 등 과격·위법 시위를 계속했던 우려 대상자였다고 주장했다. 더하여 당시 대통령 차량 진입이 임박했던 점을 고려해 경호 목적상 A씨에 대한 이동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A씨의 1인 시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인데, 경찰은 당시 대통령 차량 진입이 임박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등 1인 시위를 제지하는 것이 경호 목적상 불가피했다는 경찰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인권위는 A씨의 시위가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황 또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도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피진정인들의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A씨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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