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스쿨존 사고 현장검증, 재판부 “배수로 턱 높지 않아”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스쿨존에서 발생한 음주 사망하고에 대한 현장검증이 24일 진행됐다. 가해자 A씨가 '배수로 경사로로 오인했고 사람을 친 사실을 몰랐다'고 하면서 배수로 경사로의 높이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에 대해 사고현장에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뺑소니), 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A씨 측에서 “사람을 들이받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과속)방지턱으로 오인했다”고 주장하면서 재판부가 방지턱의 높이를 확인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진행됐다. 해당 장소에는 과속방지턱이 아닌 배수로 덮개가 설치돼 있다. 사고 후 인도를 구분하는 펜스를 설치하고 일방통행로로 바꾸는 공사가 진행됐지만 배수로는 사고 당시와 같다.

이날 재현한 상황에 따르면 A씨는 학교 후문 인근 도로를 우회전방향으로 올라가던 중 배수로 1미터 앞쪽에서 방과후수업을 마치고 오던 B군(9세)을 치었다. A씨는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진행하다 가로등 앞에서 한 차례 멈춘 후 좌회전해 자신의 집 주차장 차단기 안쪽으로 들어갔다.

재판부는 ‘배수로 경사로로 인식했고 아이인지 몰랐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아울러 사고 후 바로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운 A씨에게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점검했다.

약 20분간 이어진 현장검증에서 재판부는 “배수로의 높이와 도로면 높이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했다. 이어 “주차장 셔터 문 올라가기를 기다렸다가 주차를 한 후 A씨 주장은 곧바로 나왔다는 것이고 반대측은 조금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라며 “확인해 봐도 5초 이내 (A씨가 주차장에서) 나왔고 그 사이에 아이를 먼저 발견한 목격자가 꽃집에서 사람을 불러서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과실에는 다툼이 없는 만큼 운전자가 도주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는 ‘규범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작년 12월 2일 만취한 채로 SUV차량을 운전해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차료를 지나다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지나던 이 학교 3학년 B군(9세)을 들이받았다.

A씨는 사고 후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목격자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