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발 여진…'앙금' 태영호, 김기현에 "엄한 곳 구걸 안했다"

與 혼란 첩첩산중, 김재원 다음달 복귀할 듯…윤리위 징계 수위 주목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최근 논란이 잇따른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4일 최고위원회의에 자진 불참한 지 일주일 만에 복귀했다. 태 최고위원은 당초 이날 회의에서 사과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오히려 김기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우파 천하 통일' 등 각종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이어 태 최고위원가 잇달아 논란을 일으키면서 여권 내에서는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전 목사를 둘러싼 여진도 계속 이어지면서 당내 혼란이 언제쯤 잦아들지 주목된다.

'김구 선생이 김일성에게 이용당한 것'이라는 취지의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지난 20일 회의에 자진 불참한 태 최고위원은 복귀 첫날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날(24일) 최고위 회의에서 "지난 전당대회에서 저는 여론조사 3% 꼴찌로 시작했으나 그렇다고 엄한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도 않았다"며 "전 목사가 저를 간첩같다고 비난했음에도, 전대 기간 제 주변에서 전 목사에게 간첩 발언을 자제하게 해달라고 연락을 좀 해보라고 한 제안도 저는 단칼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대 기간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김 대표를 에둘러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다만 태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발언이 김 대표를 겨냥한 것이냐는 물음에 "제가 추가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고 그대로 봐달라"고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잠잠해지는 듯 했던 여당 지도부 혼란상이 다시 증폭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김 대표는 부글부글하면서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최대한 조용하게 지나가려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 대토론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태 최고위원) 본인의 뜻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고 전 목사는 우리 당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친 바도 없고 영향을 미칠 입장에 있지도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3.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전 목사를 둘러싼 논란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에는 김 대표가 전대 과정에서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이준석 전 대표는 "도움을 요청한게 사실이라면 전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모시라"고 꼬집었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광훈)당대회'라는 조롱이 나왔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관계가 다 절연돼있는 사람에 대한 언급을 더이상 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우리 당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당이 전 목사와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선 중진 조해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우리 당과 전 목사, 또는 전 목사가 책임지고 있는 자유통일당이라는 정치조직과의 관계가 선이 분명했으면 좋겠다"며 "전 목사나 그 당(자유통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 불필요한 논란에 말리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 목사 우파 천하 통일' '제주 4.3 폄하' 등 거듭된 설화로 이달 초부터 자숙에 들어간 김 최고위원은 다음 달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에 자숙하는 의미로 4월 한 달 동안 최고위 참석 및 모든 언론 출연을 중단한 상태다.

당 일각에서 김 최고위원 자진사퇴론도 나오는 가운데 이번 주말 혹은 다음주 초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김·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에 대해선 강도 높은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다만 태 최고위원의 경우 북한에서 교육을 받은 데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강력경고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리위가 빠른 시일 내에 판단을 해줘야 한다"며 "윤리위가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맞고 오히려 유권자들의 생각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는 판단을 하게 되면 이 문제가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돈봉투 의혹이 검찰 문제라 복잡한데 국민의힘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