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통령집무실 앞 1인 시위 방해는 표현 자유 침해”

경찰 “보안상 증거 제출 못해…교육은 실시할 것”

경찰 질서유지선 설치된 대통령 집무실 일대.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1인 시위를 방해한 경찰의 조처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고 한 진정인을 이동시켜 시위를 방해한 서울경찰청 202경비단 소속 경찰관(경위, 순경) 2명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하라고 소속 단장에게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진정인은 지난해 5월13일 1인 시위를 하려고 택시를 타고 대통령 집무실 앞 정문에 도착한 뒤, 손팻말과 확성기를 들고 하차하려 했다. 그러나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맡는 경비단 소속 경찰관들이 이를 제지하고 진정인이 탄 택시에 함께 탑승해 집무실 정문에서 800m 떨어진 녹사평역까지 간 뒤 하차하도록 했다. 진정인은 1인 시위를 하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은 “진정인이 평소 확성기를 이용해 인근을 소란스럽게 하고 차도로 뛰어드는 등 과격하고 위법한 시위를 계속했던 ‘위해 우려’ 대상자였다”라며 “당시 대통령 차량 진입이 임박했던 점 등을 고려해 경호 목적상 진정인을 이동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인권위 침해구제1위원회는 이런 경찰의 조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라고 판단했다. 침해구제위원회는 우선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집회, 시위가 아니라서 사전신고 및 집회허가 장소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또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눈앞에서 범죄행위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황 등이라면 당사자에게 경고하거나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진정인의 1인 시위는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당시 대통령 차량 진입이 임박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진정인의 1인 시위를 제지하는 것이 경호 목적상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호욱진 서울경찰청 202경비단장은 <한겨레>에 “보안상의 이유로 대통령 차량 진입 증거는 제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소속 직원들에게는 인권위 권고에 맞게 교육을 할 것”이라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