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보조금 도둑”···경찰, 200일간 ‘4대 부패범죄’ 1727명 검거
울산경찰청 울주경찰서는 지난 1월 울주군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출예산 업무를 담당하던 7급 공무원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허위 품위정보를 입력하는 수법으로 2억1200만원을 횡령해 가상자산(코인)에 투자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울주군의 감사가 시작되자 경찰에 자수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역사랑 상품권을 법인 명의로 10% 할인된 가격에 대량 구매한 뒤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개설한 허위 가맹점 수십 곳에서 불법 환전해 2억원 상당을 편취한 3명을 지난해 11월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역사랑상품권을 개인 명의로 구매할 때는 월 50만원이 한도이지만 법인 명의로 구매할 경우 한도가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9월13일부터 지난 3월31일까지 ‘공직자 등 4대 부패범죄 특별단속’을 벌려 총 785건, 1727명을 검거(구속 25명)했다고 24일 밝혔다. 단속 대상이 된 4대 부패범죄는 금품수수, 재정 비리, 권한 남용, 불법 알선·청탁이다.
범죄 유형별로는 재정 비리사범이 997명(57.7%)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권한 남용 361명(20.9%), 금품수수 268명(15.5%), 부정 알선·청탁 101명(5.8%) 순이었다.
세부 유형으로는 재정 비리 중 ‘보조금 비리’사범이 858명(전체 검거 인원의 49.7%)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개입·지시’(103명, 6%), ‘공직자 금품수수’ (100명, 5.8%), ‘문서 위변조·공무 방해’(98명, 5.7%)가 뒤를 이었다.
단속 기간 적발된 공직자는 총 355명으로 전체 검거 인원(1727명)의 20%를 차지했다. 대다수가 국가·지방공무원(305명, 85.4%)이었고, 중간관리자 및 실무자로 분류되는 5급 이하 공무원(276명)이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직급이 다소 낮더라도 상당 기간 해당 분야에 재직하면서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상당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전 지자체장 4명, 지방의원 15명, 4급 이상 공무원 29명 등 정치인·고위직은 총 48명이 적발됐다.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9일 강현도 오산 부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강 부시장은 경기도 투자진흥과장이던 2015년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게 해준 대가로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7438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 박순자 전 국회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안산시의원 3명을 비롯한 총 5명으로부터 시의원 공천을 대가로 1억5000만원을 수수하고 2억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5명도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청은 “부패범죄 근절은 경찰이 과거부터 추진해왔던 핵심적인 과제인 만큼 특별단속 종료 후에도 단속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이번 단속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이권 카르텔에 이용하는 보조금 비리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보조금 비리에 대해 상시 단속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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