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 ‘1인 시위’ 제지한 경찰···인권위 “표현의 자유 침해”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해 9월2일 취임 1년을 맞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한수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제지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4일 “경찰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진정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지난 17일 서울경찰청 소속 경비대장에게 대통령 집무실 앞 1인 시위하려는 진정인을 이동 조치한 경비대 소속 경감 등을 대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13일 1인 시위를 벌이기 위해 택시를 타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도착했다. 그러자 경찰은 택시에서 내리려는 A씨를 제지한 뒤, 택시에 함께 탑승해 대통령실 정문에서 약 800m 떨어진 녹사평역까지 간 후 하차하게 했다. A씨는 경찰의 조치로 1인 시위를 하지 못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은 A씨가 평소 확성기를 이용해 인근을 소란스럽게 하고 차도로 뛰어드는 등 과격·위법 시위를 벌였다고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탑승 차량의 진입이 임박해 경호 목적상 진정인을 이동 조치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경찰의 조치는 기본권 제한에 관한 최소 침해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1인 시위는 소수자의 사회적·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권리행사의 한 방법”이라며 “정당한 목적과 방법의 범위 내에서 헌법 제21조에서 연유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라고 했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의 진입이 임박했다는 증거를 경찰이 제시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어 “설령 VIP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사유가 있었더라도 진정인 앞이나 옆에 경찰관을 일부 배치해 두었다가 대통령 차량이 실제로 지나가기 직전에 가로막거나 그 밖의 합리적인 조치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