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밧데리 아저씨' 공시위반 조사…당국도 "주시하고 있다"

임원이 이사회 의결사항 미리 발설하면 위반…'예상'이라면 해당 없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 뉴스1 DB

(서울=뉴스1) 강은성 손엄지 기자 = 최근 유튜브에서 '밧데리(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며 이차전지(2차전지) 종목 매수를 적극 추천하고 있는 박순혁 금양(001570) 홍보이사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공정공시 의무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에 돌입한다. 금융당국도 최근 시장의 지나친 쏠림현상을 인지하고 있다며 불공정 여부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4일 한국거래소는 금양에 대한 공정공시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이사는 유튜브를 통해 금양이 1700억원어치 자사주 매각 계획이 있다며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니 (이익을 본 투자자는) 매도하라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매각 방법에 대해서도 장내 매도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교환사채(EB)발행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박 이사의 이같은 발언이 공정공시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부자가 금양의 이사회 결의 사항이나 공시 사항을 미리 온라인에서 말한 건 공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장래 실적이나 내용들을 다른 사람들한테 선별 제공한 개념이라 공정공시위반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이사가 온라인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이사회 결의 사항이라면 위반행위가 맞지만 이사회 의결 전 예상을 언급한 것이라면 공시의무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만약 박 이사가 온라인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공시의무 위반이라면 해당 기업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제재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도 이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불공정거래' 등 법률 위반행위로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이차전지 관련 쏠림현상을 부추기는 특정 인물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자본시장법에서 정하는 불공정 거래는 온라인 방송 후 회원가입을 유도하거나, 돈을 받고 종목을 추천하거나 금전을 대리매매 해 주는 등 불법 유사수신 행위를 했다는 식으로 위반 사항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지나친 쏠림현상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의 의견표명 정도로 봐야할 듯 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도 "특정 인물이 특정 종목 등을 매수하라고 추천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그런 말을 믿고 뇌동매매(쏠림현상에 따라 합리적 판단없이 매매거래를 하는 것)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차후 피해를 입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데, 혹시 선행매매나 불공정 행위 등이 있는지는 좀 더 주시해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