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전월세 대출’ 악용 3억 편취 2년6월형

지적장애 허위 임차인 세우기도
금융기관 통화만으로 지급 허점

비대면으로 서류를 접수하고 형식적인 심사만으로도 대출이 가능한 ‘청년 전월세 지원 제도’의 빈틈을 노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은행 출현 이후 늘어난 은행권의 비대면 대출의 심사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판사 윤양지)은 지난 13일 청년 전월세 지원 제도를 악용해 대출 브로커 일당과 전세자금 대출금 3억 원을 편취한 임대인 A(38) 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A 씨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수 부동산을 보유하던 중, 청년 전월세 지원 제도를 악용해 허위 전세계약으로 대출금을 편취하자는 대출 브로커 일당의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 저소득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 지원을 위해 비대면 서류 심사만으로 대출이 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노린 범죄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또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지난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총책 B(29) 씨에 징역 6월, 행동책 C(22) 씨에 징역 5년 6월을 선고했다. 이들 브로커 일당 역시 청년 전월세 지원제도를 악용, 허위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해 허위 전세계약으로 약 32억 원의 대출금을 편취했다.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양선순)는 지적장애를 앓는 허위 임차인을 내세워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신청해 1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대출 브로커 D 씨 등 3명을 지난달 구속기소 했다.

청년 전월세 지원 제도는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의 만 19~34세 무주택 청년 가구를 대상으로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최대 1억 원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인터넷 등 비대면 방식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임대·임차인이 금융기관 관계자와 통화하는 절차만 거치면 대출이 실행된다는 허점이 범행의 타깃이 됐다. 서울서부지법 배 부장판사는 “피해자인 금융기관의 피해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전세자금 대출 및 보증 제도의 위축을 가져와 국민의 주거안정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어 그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