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악재 연속에 무당층 늘자…총선 앞두고 또 고개 든 제3지대론

'30석 신당 추진' 금태섭 "추석 전 얼개 보여줘야", 김종인 "도울 것"
정치권 "쉽지 않을 것" 회의론 다수…이준석·유승민은 '관심 없다'

발언하는 김종인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전 의원, 김 전 위원장,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의 첫 토론회이다. 2023.4.18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한주홍 기자 = 여당은 잇단 설화와 지지율 침체로, 야당은 '돈봉투 의혹'과 당 대표 사법리스크 등으로 각각 갈팡질팡하는 사이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제3지대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수도권 중심 30석'을 목표로 하는 신당 창당 계획을 공식화했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조력 의사를 밝히면서 불씨를 지핀 모습이다. 야권에서도 정의당을 중심으로 제3지대 논의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15%∼30%에 달하는 무당(無黨)층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 전 의원은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적어도 가을, 추석 전에는 신당 얼개가 어떻게 되는지 밝혀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선거 전까지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확 바람을 일으키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그냥 개인 의견이고, 더 논의하면서 향후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권자들은 '이상한 얘기만 안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총선에서 기존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300석의 의석 중 10%인 30석을 새로운 세력에 주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과 금태섭, 이상민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의 첫 토론회이다. 2023.4.18 xyz@yna.co.kr

정의당 쪽에서는 류호정·장혜영 의원,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 등이 주축이 돼 만든 정치그룹 '세 번째 권력'이 지난 15일 출범식을 열면서 제3지대 논의의 물꼬를 텄다.

정의당이 재창당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이들이 몸집을 불린 뒤 결국 신당 창당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출범식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제3지대의 목표는 여야 난맥상에 실망한 무당층을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7∼2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무당층은 14.2%로 전주보다 2.0%포인트(p) 늘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최고치다.

'돈봉투 의혹' 여파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1%p 내린 45.7%를 기록했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은 34.5%로 전주보다 0.6%p 오르는 데 그쳐 민주당 악재에 대한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같았는데 무당층 비율은 이와 비슷한 31%였다.

두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러나 제3지대 신당이 창당된다고 해도 무당층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논의가 활발해지는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안철수 의원과 호남 지역 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국민의당은 당시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으나 2017년 안 의원의 대선 패배 이후 합당·분당 등을 거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정치권은 양당 체제로 회귀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신당을 한다고 해도 돈, 세력, 어젠다, 인기 뭐 하나 없는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도 "신당이 만들어지려면 지역을 중심으로 뭉치거나 대권주자급 인물을 중심으로 세력이 규합해야 하는데 이 같은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고 내다봤다.

이준석 전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현재 거론되는 제3지대 신당은 과거 국민의당처럼 구심점 역할을 할 대형 인사도, 지역 기반도 부족하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이에 금 전 의원은 "새 인물이 나와 메시아처럼 한국 정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얘기는 철이 한참 지난 이야기"라며 "인물 중심, 지역 중심으로 단기에 승부를 보려고 하면 실패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우선 여야 비주류 인사들의 신당 합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신당과 선을 긋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21일 신당 성공 여부에 대해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가 앞으로 계속 늘어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으나 합류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MBC 경남 라디오 '윤동현의 좋은아침'에서 "신당이나 이런 행보는 아직 고민해본 적 없다"며 "저는 하루빨리 국민의힘이 정상화돼서 저 정신 못 차리는 반란군들을 빨리 제압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신당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며 "솔직히 그거 정말 어지간한 의지와 비전과 매력, 이런 게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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