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줄줄이 실적 발표…증시 분기점 될까
내달 기준금리 결정 앞두고 주목…클라우드 '빅3' 성장세 둔화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은행권 불안 속에 1분기 미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이번 주에 줄줄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증시가 분기점을 맞이할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25일(현지시간) 검색엔진 시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시작으로 26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27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1분기 실적 발표가 각각 예정되어 있다.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다음 달 3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나올 이번 실적과 미국의 경기 지표가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지켜보고 있다.
경기전망·AI경쟁·긴축경영…빅테크 발표 주목
미 CNN 방송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통해 향후 경기나 침체 가능성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내놓을지가 최우선 관심사이며, 챗GPT의 세계적 열풍 이후 촉발된 빅테크들의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도 주목받고 있다고 23일 설명했다.
MS는 지난 2월 자사 검색엔진 '빙'에 챗GPT와 유사한 기능을 도입했고,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해온 구글은 서둘러 AI 기능을 탑재한 검색서비스 '바드'를 공개하면서 경쟁을 가열시킨 바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에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던 빅테크들이 어떠한 비용 절감 조치를 내놓을지도 주목받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메타는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2만1천명을 해고한 만큼 1분기에 역성장을 멈출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차례 인력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인 아마존은 제2 본사 공사를 중단하는 등 비용 감축을 진행 중이다.
CNN은 1분기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에 따른 은행권 불안, 기준금리 인상 및 경기 침체를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도 시가총액이 큰 빅테크 몇몇이 미 증시를 떠받쳐왔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 메타·MS·알파벳 등의 주가가 급등했고, 지난달 시장 불안 속에 빅테크 주식이 투자자들로부터 '피난처'로 인식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강화했다는 것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15.3% 올랐고, 이 기간 메타는 76.9%, MS는 19.1% 상승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이번에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을 경우 증시 전반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장 기업 중 18%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 하락한 상태다.
이번 주에는 S&P500 상장 기업 가운데 180곳가량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빅3' 성장세 둔화 전망
이러한 가운데 MS·구글·아마존 등 클라우드 '빅3'가 클라우드 기반의 AI 기술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클라우드 분야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들 빅3의 지난해 클라우드 분야 매출은 1천570억 달러(약 209조원)였다.
팩트셋 등의 추정치에 따르면 1분기 이들의 매출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 지난해 4분기(약 +25%)보다 낮아지는 것은 물론 사상 최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게다가 2분기에는 매출 합계 성장률이 20% 아래로 내려가는 등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업계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해 사상 최저 성장률에 그치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위 MS 애저(Azure) 클라우드 플랫폼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역시 사상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투자업체 UBS는 고객인 대기업들의 클라우드 부문비용 지출 조정 노력에 대해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길고 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WSJ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들 빅3의 주가가 S&P 500과 나스닥 평균을 웃돌고 있다면서, 이는 AI 기술에 대한 기대에 따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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