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반도체 ‘투자 공세’… “韓 대규모 생산시설 지원 시급”

장병철 기자 2023. 4. 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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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전략 산업으로 간주해 전례 없는 패권 다툼에 나서면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이미 수십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 유치에 나서고, 대중(對中) 메모리 제재 등 압박을 가해옴에 따라 샌드위치에 낀 형국처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국면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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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년간 69조원 예산 편성
EU도 62조원 반도체법 추진
“정부 규제한도 최대로 풀고
지원 방안 지체 않도록 해야”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전략 산업으로 간주해 전례 없는 패권 다툼에 나서면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이미 수십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 유치에 나서고, 대중(對中) 메모리 제재 등 압박을 가해옴에 따라 샌드위치에 낀 형국처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국면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역내 반도체 산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430억 유로(약 62조 원) 규모의 반도체법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10% 정도인 EU의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내용이 뼈대다. 미국 역시 최근 반도체법을 통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에 5년간 총 527억 달러(69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가 시행하려는 반도체법의 핵심은 결국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제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생산기지가 우리나라와 대만에 집중돼 있는데, 최근 반도체가 각국의 안보 이슈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맞서 지난달 경기 용인에 710만㎡ 규모의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자해 5개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구축하고, 150개의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기로 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대규모 생산 시설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폭적 지원을 통해 기업 투자의 허들을 제거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계획과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중요한 것은 결국 속도”라며 “정부가 규제 한도를 최대한으로 풀어 우리나라를 반도체 사업 환경이 가장 우수한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혁신팀장은 “정부 지원 방안이 지체되지 않도록 지속해서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애로사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주력인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생태계를 더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 중 메모리 반도체 비율은 30%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체 점유율을 크게 올리기 위해서는 성장성이 큰 차량용이나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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