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통과 땐 의료협업 붕괴되고 무면허 의료행위 단초”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인터뷰
“특정 직역 이익만 고려 간호법
약소 직역엔 생존이 걸린 문제”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등 여타 보건의료 직역의 고유한 업무를 침해해 의료 협업체계가 파괴될 수 있습니다.”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간호법에 대해 이필수(사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간호법은 특정 직역 이익만 고려해 국민들이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는 만큼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법은 의료법상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내 간호사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당정이 중재안을 내놨지만, 야당이 원안 통과를 고수하면서 대한간호협회와 의협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이 회장은 간호법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로 약소 직역의 생존 문제와 협업 붕괴를 꼽았다. 그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보건의료 13개 단체가 연대해 한 법안을 반대하는 건 명백한 이유가 있다”며 “간호사법이 다른 직역 업무를 침범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 약소 직역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간호사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없이는 일할 수 없게 되고, 응급구조사와 임상병리사의 업무도 잠식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근거로 ‘지역사회’ 문구를 제시했다. 중재안에서는 ‘지역사회’를 삭제해 간호사 업무 적용 범위를 줄였지만, 간호사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지역사회란 문구는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감독을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할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지역사회를 간호활동 영역으로 설정해 놓았는데 이는 헬스케어센터 등으로 간호사 ‘단독 개원’을 가능케 하는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간호법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간호사 단독 개원 등 독소 조항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간호법 제정이 의료협업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의료법상 각 직역 간 명확한 업무 범위 설정을 통한 협업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원팀’을 파괴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은 간호사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이어서 다른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입안 과정에서 관련 단체들과의 소통과 논의가 부족했던 만큼 합일점을 다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