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17개 교량 재시공 “특별재난지역 선포해야”

보행로가 무너지며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에서 7일 오전 경찰과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가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망사고’의 후속 대책으로 탄천 교량 17곳을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기로 했다. 성남시는 이같은 대책에 15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정부에 특별재난지역선포를 건의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24일 오전 성남시청에서 ‘탄천 14개 교량 긴급 정밀안전진단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신 시장은 “정자교를 포함한 탄천 교량 17곳을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데 150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면서 “이에 정부에서 성남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강력하게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성남시 상황은 위험 교량이 산재해 있는 재난지역과 다름 없다”면서 “시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정부의 빠른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앞서 지난 5일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망사고 이후 탄천 교량 20곳 중 사고가 난 정자교(1993년 준공)와 가장 최근에 지어진 이매교(2016년 준공)를 제외한 18곳에 대해 1·2차에 걸쳐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다.

지난 18일 성남시는 1차 안전진단 결과를 발표하면서 처짐 상태가 도로교 설계기준으로 ‘D’(미흡) 또는 ‘E’(불량) 등급으로 드러난 수내·불정·금곡·궁내교 등 4개 교량의 보행로를 철거 후 전면 재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2차 안전진단 결과를 발표하면서 ‘D’ 또는 ‘E’ 등급을 받은 사송·야탑·하탑·방아·서현·백현·돌마·미금·구미·오리교 등 10곳의 교량 보행로를 철거 한 뒤 전면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교량 보행로는 처짐 상태가 허용 한계를 많게는 14.5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로 없이 보행로로만 건설된 신기보도교와 백궁보도교 등 2곳 역시 결함이 확인되면서 전체 구간 중 하부에 따로 교각 등 지지대가 없는 부분을 철거한 뒤 사용하기로 했다.

황새울보도교와 양현교 등 2곳은 보수·보강해 사용하기로 했다. 안전점검 결과 ‘C’(보통) 등급을 받아 경량보도 설치와 상수관 이설 등의 조치를 통해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현재의 상태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된 12개 교량에 대해 보도부 통행을 제한하고 1개 차로를 임시 보도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 22~23일 백현교와 서현교를 우선 통제했으며 이날부터 미금교, 구미교, 오리교 등을 순차적으로 통제할 예정이다.

성남시는 기자회견에서 “기반 시설 안전 점검 절차도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1종 시설물에 대해서만 정밀안전진단을 5년마다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정자교와 같은 2종 시설물은 이런 점검 대상에서 제외돼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게 성남시의 설명이다.

신 시장은 “정자교의 경우도 법에 따라 매번 진행했던 안전 점검에서 사고의 징후를 잡아내지 못했다”면서 “지금의 방식으로는 시설물의 구조적인 결함을 밝혀내기 부족한 만큼 교량 안전 점검 절차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오전 9시45분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소재 탄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인 정자교에서는 양쪽에 있는 보행로 중 한쪽 보행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다리를 지나고 있던 A씨(30대)가 숨지고 B씨(30대)가 크게 다쳤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