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앞둔 이스라엘 폭풍전야…사법개편안 충돌 재점화되나

손우성 기자 2023. 4. 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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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6일 현충일·건국기념일 행사
극우 인사 추모사 예정에 시위대 반발
이스라엘 예루살렘 헤르츨산 군묘지에 23일(현지시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충일(욤 하지카론)과 건국기념일을 앞둔 이스라엘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에 대한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입법 강행을 주장했던 극우 정치인의 기념 연설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자들을 기리고 단합을 강조하기 위한 행사가 오히려 분열의 장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사람들은 현충일이 되면 끝없는 전쟁과 테러 공격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을 추모한다”며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이스라엘을 강타한 시위와 정치적 혼란에 숙고와 축하의 시간이 퇴색됐다”고 보도했다.

1948년 5월 14일 건국을 선언한 이스라엘은 히브리력과 유대교 안식일 등을 고려해 매년 4월 말 또는 5월 초 현충일과 건국기념일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현충일은 이스라엘 현지시간으로 24일 오후 8시부터 24시간, 건국기념일은 25일 오후 8시부터 24시간 동안 이어진다.

이 기간 TV에선 정규 프로그램 대신 현충일·건국기념일 행사가 생중계되며, 아랍과의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는 특집 방송이 상영된다. 시민들 또한 국립묘지나 이스라엘 전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는다.

하지만 올해 현충일과 건국기념일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밖으로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안으로는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 강행 여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법원 판결을 의회 과반으로 무력화하고, 정부와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법관선정위원회 다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사법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문제는 현충일·건국기념일 행사 주요 연사로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밀어붙였던 극우 인사들이 나선다는 점이다. 네타냐후 총리 내각에서 가장 강경파로 꼽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NYT는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이유로 입대까지 거부당한 벤그비르 장관이 정부 대표로 남부 베르셰바 묘지에서 추모사를 읽는 데 대해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25일 오전 이스라엘 건국 주요 유공자들이 묻힌 헤르츨산에서 연설할 예정이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헤르츨산 관리자인 시갈리트 베자레니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어느 한쪽을 대변하지 않는다. 누구든 와서 경의를 표할 수 있다”면서도 “정치인들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몸짓으로 추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전역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는 현충일과 건국기념일을 앞둔 지난 22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훼손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번 현충일·건국기념일을 계기로 반발 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미 CBS 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론 디샌티스 미 플로리다주지사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상·하원의원, 주지사 등 모든 대표자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법 개편안을 왜 철회하지 않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입법 강행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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