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놓고 한중 갈등 지속… 한미정상회담 뒤에도?
전문가 "내달 G7 정상회의 까지 신경전 이어질 수도"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주 외신 인터뷰 중 '대만해협' 관련 발언 이후 한중 간 갈등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특히 26일(현지시간) 열리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역내 현안과 관련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에 관한 사항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내용이나 수위에 따라 한중 간 '불편'한 관계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공동성명에 대만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경우 일단 "작년 회담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5월 서울에서 열린 첫 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후 같은 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정상회담 땐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고, 국제사회 안보·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뜻) 원칙에 따라 미국 등 다른 나라가 대만 관련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하고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으로부터도 이달 19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중 대만 관련 언급에 강한 불만을 피력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번 로이터 인터뷰에서 양안 간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해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 인터뷰 이후 우리 정부는 외교부 당국자들을 통해 "한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 "윤 대통령 발언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언급한 것이다"는 등의 입장을 내놨지만, 중국 측의 '공세'는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통해 계속됐고 그 수위도 덩달아 높아졌다.
특히 친 부장은 지난 21일 한 포럼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란 말까지 했다.
'불장난' 표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7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그리고 같은 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썼던 표현이다.
이 때문에 최근 윤 대통령 인터뷰에 대한 중국 측의 반발엔 시 주석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는 관측과 더불어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양측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잇따랐다.
우리 측은 20~21일 이틀간 중국 측과 외교경로를 통해 각국의 입장을 충분히 교환했다고 판단, 이를 통해 상황이 '일단락'되길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 당국이 23일 오전 일찍 정재호 주중국대사에 대한 쑨 부부장의 항의 전화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그 파장이 이어졌다.
특히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도 같은 날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며 윤 대통령 인터뷰 내용을 대놓고 비난하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도 23일 오후 늦게 쑨 부부장과의 통화 당시 정 대사가 △대만해협 긴장 고조 상황 주시 △'하나의 중국' 존중 등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재차 밝혔다. 우리 외교부는 특히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 보도와 관련해선 이례적으로 "중국을 국제사회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악의적 기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우리 외교부는 그간 중국 관영매체의 강성 주장엔 대응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입장을 낸 건 중국이 정 대사와 쑨 부장 간 통화 내용을 뒤늦게 공개하는 등 외교 당국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 위원은 "이런 분위기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내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한중 양국 간 조정 국면이 예상되지만, 그 전에라도 긴밀한 물밑 접촉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일본 등 G7 정상들은 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를 통해서도 대만 관련 문제를 포함한 역내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G7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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