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된 무승… K-골프, ‘세계골프 전력 평준화’ 해저드에 빠졌나

허종호 기자 2023. 4. 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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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골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초 고진영의 HSBC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오랜 무승의 고리를 끊어내는 듯했으나 다시 제동이 걸리는 것처럼 보인다.

고진영이 지난달 HSBC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한국 선수 18개 대회 연속 무승을 끊었으나, 다시 4개 대회 연속 '노 타이틀'이 이어지며 위기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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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PGA 셰브론챔피언십 4R
올 첫 메이저대회로 16명 출격
양희영·김아림 공동 4위 그쳐
3월 HSBC 고진영 우승 이후
4개 대회 연속 정상에 못올라
태국·일본·중국 선수 성장 빨라
고진영

‘K-골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초 고진영의 HSBC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오랜 무승의 고리를 끊어내는 듯했으나 다시 제동이 걸리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선수들이 2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우즈(파72)에서 막을 내린 올 시즌 첫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셰브론챔피언십(총상금 510만 달러)에서 고배를 들었다. 4라운드까지 한국 선수 3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으나 마지막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김아림과 양희영이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4위, 고진영이 7언더파 281타로 공동 9위에 자리했다.

릴리아 부와 에인절 인(이상 미국)이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1위에 올라 연장전에 돌입했고, 부가 정상에 올랐다. 부는 18번 홀(파5)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버디 퍼트를 챙기며 우승을 확정했다. 인은 두 번째 샷이 그린 주위 물에 빠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부는 지난 2월 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통산 2승을 챙겼고, 우승 상금으로 76만5000달러(약 10억1000만 원)를 획득했다. 장소는 바뀌었으나 셰브론챔피언십의 전통대로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로 승리를 만끽했다.

양희영

한국 선수들은 셰브론챔피언십에 16명이나 출전, 정상을 노렸다. 1라운드에선 최운정이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 2라운드에선 김아림이 1타 차 단독 1위, 3라운드에선 양희영이 1위에 1타 뒤진 공동 3위에 자리하는 등 지속해서 우승권을 지켰다. 특히 3라운드까지 한국 선수들은 1위와 2타 차 이내에 양희영과 최혜진, 김효주, 김아림 등 4명이 포진했다. 그러나 4라운드에서 양희영은 1오버파, 최혜진은 5오버파, 김효주는 2오버파, 김아림은 이븐파에 그치며 역전에 실패했다.

LPGA를 평정했던 K-골프는 2년 전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대회가 취소됐던 2020년 3차례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7승을 따냈으나, 2021년엔 메이저대회 우승 없이 7승에 머물렀다. 2022년엔 전인지가 메이저대회 여자 PGA챔피언십 정상에 올랐지만 4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런 부진이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깊어지는 분위기다. 고진영이 지난달 HSBC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한국 선수 18개 대회 연속 무승을 끊었으나, 다시 4개 대회 연속 ‘노 타이틀’이 이어지며 위기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올 시즌 고진영의 우승이 없었다면 23개 대회 무승의 악순환이 벌어질 뻔했다.

김아림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주춤한 것은 세계 여자골프의 전력 평준화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우승 선수의 국적 중 유럽과 북중미 외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그러나 2021년엔 태국에서 4회, 뉴질랜드에서 2회, 일본에서 2회, 대만에서 1회 우승자가 배출됐고, 2022년엔 뉴질랜드에서 5회, 태국에서 2회, 일본에서 2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회가 나왔다. 올해엔 뉴질랜드와 중국에서 벌써 1회씩 우승을 가져갔다. ‘K-골프’를 벤치마킹한 태국과 뉴질랜드, 일본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또한 릴리아 부나 에인절 인처럼 아시아계 미국인 선수들의 약진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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