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두 배 껑충 '닥터 차정숙', 엄정화의 심상찮은 타격감 어떻길래
[엔터미디어=정덕현] 아내를 무시하는데다 불륜까지 저지르고 있는 남편. "나 의대 나온 여자야"라고 말하지만 모든 걸 포기한 채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아내. 그 아내가 간 이식 수술을 받아야 살아남는다는 죽을 위기를 넘고 다시 레지던트부터 시작해 일을 하고 싶어 하고, 하필이면 남편과 불륜녀가 있는 병원에서 일하게 된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이 설정만 봐도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다.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이 전업주부 차정숙(엄정화)이 이제 '닥터'로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되찾아가는 이야기. 그 와중에 남편의 불륜도 알게 될 것이고, 그 불륜상대가 과거 대학시절 같은 과 동급생이었던 최승희(명세빈)라는 것 역시 밝혀질 게다. 여기에 차정숙의 간 이식 수술을 해준 의사로 이 병원으로 오게 된 로이 킴(민우혁)과의 달달한 썸도 빠지지 않는다. 물론 그 썸은 남편 서인호(김병철)에게는 환장할 타격(?)을 주겠지만.
<닥터 차정숙>은 이처럼 구도가 명쾌하고 어떤 면에서는 가볍다. 그래서 저런 일들이 과연 벌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개연성이 희박하지만, 그 부분을 적당히 눌러 주고 가는 건 코미디다. 이 드라마는 대놓고 코미디라는 걸 강조한다. 다소 과장된 연기로 불륜이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서인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차정숙이라는 인물이 시어머니 앞에서도 또 자식들과 남편에게도 하는 말과 행동들 역시 코믹하게 그려진다.
로이 킴이라는 잘 생긴 의사와의 로맨스 역시 코미디가 섞여 있다. 그가 병원에 첫 출근할 때 얼굴만 보고도 쓰러지는 여자들의 과장된 모습이 그렇다. 그런 로이 킴이 하필이면 차정숙에게 친절하고 어찌 보면 썸을 타는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건 그래서 개연성이 아니라 하나의 판타지라는 걸 드라마는 대놓고 드러낸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차정숙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설득력이다. 개연성은 다소 떨어져도 시청자들이 이 인물을 연민하고 나아가 응원하고픈 그런 몰입감을 주는 지점에서 판타지적인 상황들의 설득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차정숙의 사이다 변신이라는 판타지는 그래서 그가 20년이나 포기했던 레지던트 과정을 다시 시작하고, 병원에서 로이 킴이라는 의사와 썸을 타는 그런 다소 믿기 힘든 상황들을 웃으며 바라보게 만든다.
물론 병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도 있기 때문에 코미디 상황만 펼쳐지지는 않는다. 차정숙은 무슨 사연인지 살인을 저지르고 수술을 거부하는 죄수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고, 또 장루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말에 절망한 재벌 회장님을 감당해야 한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그런 사건들 앞에서 차정숙은 진지해져야 하고 시청자들을 그 이야기에 공감시켜야 한다.
가벼운 코미디에 시원한 전업주부 판타지 게다가 달달한 멜로와 따뜻한 휴먼드라마의 색깔까지 더해진 <닥터 차정숙>은 한 마디로 이 차정숙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그 중심을 받쳐주는 설득력이 되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그런 점에서 이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엄정화의 연기자로서의 매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다양한 <닥터 차정숙>의 색깔을 엄정화만큼 편안하게 끌어내는 배우가 있을까 싶어서다.
<닥터 차정숙>이 굉장한 메시지나 사회적 의미를 가진 드라마는 아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고, 거기에 익숙한 불륜, 의학드라마적 코드들이 들어있는 정도다. 하지만 이 가벼운 드라마가 확실한 파괴력을 갖는 건 전업주부들이 꾹꾹 눌러놓았던 억압된 감정들을 차정숙이라는 인물이 시원시원하게 풀어나가는 사이다 타격감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4회 만에 <닥터 차정숙>은 11.2%(닐슨 코리아)로 첫 회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저 편안하게 주말 밤의 유쾌하고 통쾌한 시간들을 꼭꼭 채워주는 내용들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차정숙이 닥터가 되어가는 과정을 응원하게 만드는 엄정화라는 배우가 서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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