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비틀어진 땅 "재앙에 가깝다"…스페인 올리브 농가 비명

올리브유 도둑 늘어난 스페인…"최악 4월 가뭄"에 가격 폭등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지인 스페인에서 강수량 부족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올해에도 가뭄이 계속돼 생산량이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주의 한 농민이 가뭄으로 말라버린 땅을 손으로 만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가격은 이달 초 킬로그램당 5.4유로(약 7900원)로 1년 전에 비해 60% 이상 뛰었다.

세계 올리브유의 거의 절반을 공급하는 스페인이 지난해 최악의 가뭄과 폭염과 씨름하면서 올리브 수확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수확철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올리브 수확량은 68만톤(t)으로 1년 전 150만t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비토 마르티넬리 라보뱅크 곡물 및 지방 종자 애널리스트는 FT에 "지난 20년 동안 이 업계에 몸담으면서 이렇게 높은 수준의 가격을 본 적이 없다"면서 "지난해는 스페인 작황은 거의 재앙에 가까웠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지중해 주변 나라의 수확량도 부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스페인에서 강수량 부족이 이어지면서 올리브 풍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달 스페인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덥고 가문 3월을 보냈다. 이달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스페인 기상 당국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국토 절반 이상에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페인 역사상 가장 강수량이 적은 4월이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품데이터업체 민텍의 카일 홀란드 애널리스트는 "스페인의 가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올리브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야 할 시기에 타격이 크다"면서 "많은 시장 관계자들은 돌아오는 수확철엔 생산량이 68만t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른 식용 기름 가격이 오른 것 역시 올리브유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유의 주요 생산국이다.

올리브유 가격 급등으로 최상급 올리브와 올리브유 도난 사건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경찰은 마드리드 인근에서 올리브유 6000ℓ와 올리브 1만7500㎏을 훔쳐간 일당 16명을 검거하고 도난당한 물건을 회수했다.

다만 최상급 올리브를 생산하는 업계는 가격 상승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FT는 전했다. 전국올리브생산자연합의 다비드 그라니에리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고품질 오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 생산자들이 마침내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