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는 곧 SK” 이사회에 힘 싣는 최태원... “독립성 강화 방안” 주문
최태원 “국적, 성별 다양성 확보... 이사회 독립성 강화” 주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7개 그룹사의 신임 사외이사 13명을 만나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7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진행된 ‘2023년 신임 사외이사 워크숍’ 현장을 방문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외이사의 이야기는 곧 회사를 대표하는 이야기”라며 “사외이사로서 SK의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를 함께 만들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방법을 생각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이른바 ‘이사회=거수기’라는 통념을 깨고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균형과 감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감시자 역할로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 확보
이날 사외 이사들은 SK의 주요 사업 현황과 거버넌스 스토리 추진 과정, 거버넌스 혁신 우수 사례 등을 살펴보고 향후 과제에 관해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워크숍에 참여한 채은미 SKC 신임 사외이사(전 페덱스코리아 사장)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인해 비즈니스 환경이 어려운데, 글로벌 회사 근무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라며, 적극적인 이사회 활동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각 계열사 이사회에 새롭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회사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워크숍을 개최해왔다. 최 회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워크숍에 참석했다.
최 회장이 사외 이사 워크숍을 찾은 것은 지난 2021년부터 SK가 추진 중인 ‘거버넌스 스토리’의 중요성을 직접 설명하고 신임 사외 이사들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최 회장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끌어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해왔다.
거버넌스 스토리는 최 회장이 직접 설계한 지배구조 혁신 전략이다. 글로벌 기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이사회 중심 경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그간 SK 이사회는 지배구조 개편 등 거버넌스 관련 사전 심의를 담당하는 거버넌스 위원회와 감사를 담당하는 감사위원회로 구성됐다. 하지만 2021년 SK는 대표이사 평가 등을 담당하는 인사위원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장전략을 만드는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했다.
최 회장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무엇보다 사외 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기업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최태원, 임원 국적·성별 다양성 주문... 신임 사외이사 13명 중 8명 여성
이사회의 구성만 봐도 조직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날 워크숍에는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C, SK바이오팜, SK디앤디, SK가스 등 7개 관계사의 총 13명이 신임 사외 이사가 참석했다. 13명 가운데, 8명이 여성이었다. 또 최고경영자(CEO)급 전문 경영인 출신도 7명에 달했다. 이는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려는 조치다.
이러한 변화는 최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지난달 3일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3 신임 임원과의 대화’ 행사에서 임원의 성별, 국적 등 조직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당시 최 회장은 “2023년 신임 임원의 여성 비율은 약 7% 수준이고 국적은 모두 한국”이라며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가 더욱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신규 사외 이사 선임으로 SK그룹 12개 상장사 이사회의 여성이사 비율은 지난해 대비 7% 높아진 21%,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는 10% 높아진 25%가 됐다.
송민경 한국ESG기준원(구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고, 그간 한국은 중동 수준으로 인식되면서 한국의 재계 평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라며 “여성 사외이사 비율 증가는 이러한 평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는 기업에 대한 경영 감독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SK는 연령과 성별의 다양성과 재무, 글로벌, ESG 등에 관한 전문성이 반영된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했고 신규 사외이사 선임 수요가 있는 관계사들이 후보군 리스트를 참고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경영정보 등을 제공하는 포털 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