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일상’ 비대면진료...멈추면 피해는 환자 몫
만족 62.3%·향후 활용 의향 87.9%
초진비율 99%에도 재진 중심 논의
G7 국가 대부분 초진 허용 추세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대면진료는 어느새 일상이 됐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대란 의료공백을 보완하는 등 의료 사각지대에서 적잖은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비대면진료 업체들은 여전히 생존 걱정이다. 국회나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가 ‘초진’을 제외한 채 ‘재진’에 중심을 맞추고 있어서다. 업계 고사는 물론 이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 G7 국가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는 비대면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 전후 활약한 비대면진료=23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전후로 비대면진료는 국민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확진자 수가 50만명을 넘는 등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환란에서 비대면진료 업체들은 정부의 재택치료 방침에 호응했다. 당시 닥터나우 월 최대 접속자 수는 100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소아과나 야간진료 등 기존 병원에서 제대로 받지 못한 의료 서비스 분야에 환자가 집중됐다. 닥터나우가 자사의 3040 여성의 비대면진료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이용한 진료과목은 소아과(23.7%)였다. 소아과 대란이 있었던 지난해 12월에는 소아과 비대면진료가 전월 대비 31.7% 증가했다.
나만의닥터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체 소아과 진료건수가 약 50% 늘었고, 특히 해당 기간 소아과 진료 건수 중 6세 미만 영유아 비중이 80% 차지했다.
또 닥터나우는 지난달 처방약 배송 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심야시간대 운영할 약국 모집에 최대 1000만원의 지원금을 약속하기도 했다. 앱 이용자의 약 30%가 밤 2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집중됐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나만의닥터도 약 배송에 시간제한을 두지 않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공개한 설문 조사에 결과에서 이용자들은 ‘비대면진료에 만족한다(62.3%)’ ‘향후 비대면진료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87.9%)’고 응답했다.
▶재진 중심 제도화에 업계 “고사 위기”=3년간 이용자 1379만명, 누적건수 3661만건, 의료사고 0건.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진료가 시행되면서 자연스레 효용성·안전성 문제도 잦아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초진’이 허용된 현재보다 후퇴한 ‘재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부는 ▷재진 환자 중심 ▷대면진료 보조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등을 전제로 논의 중이다.
문제는 재진만 허용하면 업체들은 비대면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코로나19 재택치료를 제외한 비대면진료 건수가 736만건이었고, 이중 재진이 600만건(81.5%)이라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재진 중심으로 이미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대면진료 업체들은 정부의 통계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재진 환자의 특성 상 동일한 환자가 주기적으로 약을 수령하는 진료가 대다수이니 당연히 진료 건수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정확한 통계는 진료 건수가 아닌 이용자 수로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업체별 차이는 있지만 초진 비율은 99%에 육박한다. 서비스 대부분이 초진 위주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초진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비대면진료 서비스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는 가벼운 증상을 겪을 때 환자가 편하게 이용하는 게 업체의 주된 서비스다. 이용자 대부분이 초진 환자인 이유”라며 “사업 종료 혹은 축소는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는 초진 허용 추세=재진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진료 법제화 논의와 반대로 해외에선 초진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G7 국가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모든 국가가 초진을 허용 중이다.
미국은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엔 저소득층에 한해 초진을 허용했으나, 팬데민 기간을 거쳐 모든 환자로 이를 확대했고, 내년 12월 31일까지 이를 적용하고 있다. 주치의 제도가 일반화된 프랑스, 일본 등도 주치의를 통한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전면 비대면진료가 허용되고, 독일은 2018년부터 초진환자까지 비대면진료를 적용하고 있다.
선재원 나만의닥터 대표는 “해외에서도 비대면진료 초진을 허용하고 있는 추세”라며 “초진을 포함한 제도화가 늦어질 경우 국민 피해는 물론 업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우 기자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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