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경쟁촉진 올인, 진흥 안보였다...B학점
(지디넷코리아=박수형 윤상은 기자)지디넷코리아는 오는 5월20일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반도체·바이오헬스·자동차·디지털 등 산업별 육성방안과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포괄하는 국가성장전략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금리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IMF 외환위기(1997), 금융위기(2008)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위기극복과 더불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新성장 4.0 전략은 가동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완결된 학점'을 주기엔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분야별로 성적을 매길 계획입니다. 이 같은 작업이 우리나라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새 정부 출범 이후 두드러지는 통신정책 방향은 ‘경쟁촉진’이다. 과점화된 통신 시장에서 경쟁이 부족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시장은 사업자 자율에 맡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주파수 할당에 따른 망 구축 이행조건을 살피는 과정에서 규제 일변도로 정책 방향이 전환됐다.
경쟁촉진을 위한 TF가 구성되면서 정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새로운 정책방향 제시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통신사 별로 두 차례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했다.
5G 요금제 수가 2배로 늘어난 부분은 소비자 후생적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신규 통신사 도입 방안도 현실로 이뤄진다면 시장의 경쟁이 일어나 소비자에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경쟁 유도에만 집중된 정책 방향에 전문가들은 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면서 아쉬움을 쏟아냈다.
두 차례 중간요금제 출시 유도...소비자 선택폭 넓혔다
5G 중간요금제는 지난해 4월 인수위 기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인수위가 발표한 차세대 네트워크 발전전략에 포함된 내용으로, 5G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해 국민 편의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인수위는 “국민들의 데이터 이용량은 급증하고 있으나, 제한적인 요금제 운영으로 이용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5G 요금제를 다양화해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정권 출범 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무위원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5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5G 중간요금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관 취임 이후 7월에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중간요금제 출시를 당부하면서, 같은 날 SK텔레콤이 중간요금제를 포함한 5G 이용약관을 신고했다.
SK텔레콤의 약관 신고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가 잇따라 중간요금제 출시에 가세했다. 여당에서는 이를 두고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이용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통신 3사가 28GHz 주파수 할당 조건을 채우지 못한 점을 두고, 신규사업자 도입과 함께 통신정책 방향이 유효 경쟁으로 급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에 가장 먼저 영향이 미친 곳은 요금경쟁 분야다.
끝내 새 요금제를 내놓고 반년 정도 지나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고, 정부의 요청에 통신사들이 화답하는 형태로 중간요금제를 비롯해 연령별 요금제 출시가 이어졌다.
수십여 종의 신규 5G 요금제 출시로 이용자의 선택권은 전보다 훨씬 늘어났지만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물가 상승 추세에 대부분의 국민 부담이 커졌지만 통신비만큼은 지난 1년간 소비자 후생이 우선 고려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과감한 제4이통 도입 추진, 시장 불확실성 여전
정부는 올해 초 5G 신규사업자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의 표현대로 과점 시장에 들어와 투자할 자본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시장진입 기회를 위해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소비자에 우선이고, 장비와 단말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미래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신규사업자 지원책은 상당히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기존 통신사에 28GHz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면서 800MHz 폭의 한 대역은 최소 3년 동안 신규 사업자에만 독점 제공키로 했다. 앵커 주파수는 물론 5G 전국망을 구축할 경우 3.7GHz나 더 용이한 대역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존 통신 3사가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대광역권 수준의 지역 할당 방안도 내놨다.
앞으로 초고주파의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명확히 담긴 지원책이다. 통신 3사가 수천억원들 들여 주파수 이용 권리를 확보하고도 불투명한 사업모델에 투자를 주저했지만, 신규 사업자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활용 모델을 찾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시장 경쟁을 위해 신규사업자 유치가 필요하더라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신규사업자 진입을 추진하는 취지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특정 사업자에 대해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특혜 시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관(官) 주도의 지나친 지원 정책은 관영 통신사를 신설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시장질서를 교란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성장기가 아닌 포화시장에서 신규사업자 진입은 중장기적으로 산업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될 가능성도 크고, 제4이통 정책이 실패하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며 “시장의 성숙도와 규모, 경쟁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신규사업자 도입에 정부가 나서게 된 점에 업계의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논의가 촉발된 28GHz 대역의 투자는 기술 성숙도와 투자 대비 효용이 있는 사업모델의 여부와 같은 시점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이를 과점 구조로만 보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경쟁으로 소비자 생각했지만, 산업발전정책은 결여”
경쟁촉진에 치우친 지난 1년 동안의 통신 정책 방향을 두고 소비자 후생이란 점에는 높은 점수가 나왔다. 특히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소비자의 불편을 헤아렸고, 5G 통신 상용화 4년여가 지나면서 요금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경쟁에 치우친 정책 방향에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은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경쟁을 강조하면서 요금에 초점을 많이 뒀고,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집중했는데, 경제 상황이 어렵다보니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이 진화해야 할 시기에 발전해야 수익을 올리고 새롭게 투자하고 다시 소비자 효용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만 이어진다면 지속가능성이 사라진다”며 “투자자들이 통신분야에 대한 매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사업자들도 4이통이 가능하겠냐고 보지 않냐”고 반문했다.
신 교수는 또 “다른 국가들을 보면 통신정책이 자국 이익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데, 정치적인 유불리 상황을 판단해야겠지만 현재 국면이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봐야 한다”며 “경쟁법적 접근을 취해 남는 기업이 뛰어난 기업이겠지만, 경쟁을 통해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이 부분은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전과 비교해 기업의 투자 촉진이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통신사의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며 “5G 통신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시점에 서비스를 개발하게 하거나 자율주행과 같이 통신과 연관된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서비스 공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했는데 그런 모습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평했다.
박수형 기자(psooh@zdnet.co.kr)
윤상은 기자(sangeu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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