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자체가 육아대출 함께 설계 [70th 창사기획-리버스 코리아 0.7의 경고]

2023. 4. 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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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기현의 저출산 대책
지자체 예산 투입, 금리 더 낮춰
초저리 10년 ‘미야기코 응원론’
각종 점포 할인 ‘육아응원 여권’

2017년 1월 10일, 일본 미야기현 주최로 특별한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는 일본 77은행 등 미야기현 내에 있는 굵직한 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미야기현 육아사회추진과가 추진하는 육아대출을 함께 설계하기 위해서다. 전체 인구 227만명(2022년 12월 기준)인 미야기현은 최근 10년 동안 일본 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 중 하나다. 2011년 미야기현 오시카반도 동남동쪽 해역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다. 1년에 2만여명이 빠져나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관련기사 3·4면

미야기현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시민의 경제적 부담을 함께 덜어 합계출산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당시 일본 은행들도 저출산 관련대출을 만드는 데 긍정적이었다.

가이즈카 아야코 미야기현 육아사회추진과 기획추진반장은 헤럴드경제와 서면인터뷰에서 “금융기관들이 어느 정도 의지가 있었고, 미야기현이 주도해 제도를 설계해서 협력을 의뢰했다”고 답했다.

설명회 외에도 지자체 관계자들은 은행을 직접 방문해서 설득 과정을 거쳤다.

지자체의 발로 뛰는 노력 덕에 탄생한 정책이 바로 ‘미야기코 응원론(미야기현 보육대출)’이다. 최대 500만엔(우리 돈 5000만원)까지 최장 10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만 22세 이하 자녀를 두고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77은행, 센다이은행 등 11개 금융업체에서 해당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금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2~3%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낮은 금리는 도호쿠 노동금고에서 제공하는 대출로, 고정금리 1.25%다.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은행이 제안한 금리에서 2%씩 낮춘 덕분이다.

일본 내 출산율 ‘뒤에서 2등’ 미야기현에는 지자체가 민간 업체와 함께 추진하는 저출산 정책이 많다. 민관 협력(PPP) 덕분에 지자체는 주민에게 폭넓은 지원을 할 수 있다. 각종 아동수당 등 자칫하면 지자체 예산이 동날 수 있는 저출산 정책들도 미야기현은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자율도 최대한 보장한다. 가이즈카 씨는 “미야기현이 대출상품을 기획하긴 했지만 금리 기준 등 세부 내용은 각 금융기관이 정하고 있다”며 “사업을 검토할 때 금융기관의 의견을 들어 양측이 납득할 수 있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대출상품을 이용한 주민은 415명이다. 중복 수혜도 가능해 나라에서 제공하는 아동수당이나 보육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가이즈카 씨는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저출산의 큰 원인이라고 본다”며 “임산부부터 대학졸업을 앞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우대금리로 불안감을 해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은행 입장에서도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대출상품이 은행이나 신용금고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야기현에는 대형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으로부터 협력을 얻는 정책도 있다.

바로 ‘육아 응원 여권’이다. 여권처럼 생긴 노란 카드를 제시하면 미야기현에 등록된 2526개 점포에서 각종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 역시 만 18세 미만 미성년 자녀가 있거나 임산부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

여권 혜택은 소소한 혜택부터 통 큰 반값 할인까지 다양하다. 지역의 유일한 다다미목욕탕 ‘오슈 아키호 온천’에서는 여권을 지닌 사람이 미성년 자녀를 데려오면 반값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 라면가게는 여권을 지닌 사람이 어린이를 동행하면 어린이세트가 할인되는 혜택을 걸고 있다.

도시의 노력 덕분에 최근 미야기현은 출산율 방어 및 인구가 유지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신(新)미야기 장래 비전’을 선포해 대대적인 저출산 정책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한때 도쿄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았던 미야기현은 2021년에도 일본 전체 합계출산율보다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야기현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함께 노력하고 있다. 미야기현 육아 정책과 홈페이지에 가장 큰 글씨로 이 문장이 적혀 있다. ‘우리 지역은 모든 사람이 부모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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