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이사의 주주보호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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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거수기 역할만 하고 거액의 보수 챙겼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만 했다고 비판하는 이유 역시 이사들에게 지배주주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지 말고 전체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주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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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거수기 역할만 하고 거액의 보수 챙겼다.”
회사에 분식회계나 배임 등 사건이 터져 이사회의 부실 운영이 표면으로 드러나면 언론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헤드라인이다. 이런 비난을 듣는 이사로서는 억울한 점이 없지 않겠으나 그만큼 이사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다. ESG 경영의 핵심인 지배구조(Governance) 평가에 이사회가 제대로 활동하는지가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 이유다.
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과 다른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대표권과 업무집행권이 있는 대표이사는 물론이고 대표이사가 아니어도 정관 등으로 권한을 부여받은 이사는 내부적으로 업무집행을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이사는 개인의 지위에서도 상법상 여러 가지 권한을 가진다. 상법은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3가지 종류의 이사만을 인정하고 있는데 회사에 상근하며 일상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사내이사와 상근하지 않는 사외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 모두 권한과 책임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상법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의 위임을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수임인이므로 그 위임업무를 처리할 때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를 다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때 이사가 충성과 성실을 다해야 하는 ‘회사’는 구체적으로 누구일까? 현실적으로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고, 주주총회는 지배주주의 의사결정에 따르므로 통상 ‘회사’를 지배주주로 봐 이사는 자신을 선임한 지배주주에게 충성하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특히 상장회사에는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많은 소액주주가 있고, 이들도 그 지분만큼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법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이사의 충실의무의 대상은 지배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만 했다고 비판하는 이유 역시 이사들에게 지배주주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지 말고 전체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주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는 문제가 없으나 지배주주가 회사와 소액주주의 이익을 해쳐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할 때, 우리 법은 이사들에게 지배주주를 위한 거수기 역할만 하지 말고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를 위해 의사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영미 보통법이 취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최근 대법원이 소수주주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잇달아 소수주주의 손을 들어 주면서, 이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방지해야 할 의무를 인정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이사가 충실의무를 다해야 할 대상이 전체주주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상법을 개정해 이사는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이사의 충실의무의 대상을 명확하게 하자는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이러한 개정이 이뤄지면 이사회는 지배주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주는 행위를 쉽게 찬성하기 어려워지고, 다수의 소액주주들은 자신의 주식 수에 비례하는 이익을 지배주주와 같이 누리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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