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날씨처럼 변하는 거야” 박진주의 뮤지컬 레드북 [양형모의 일일공프로젝트 18]
- 박진주, 현실연기 달인답게 현실감 넘치는 ‘안나’ 선보여
- 로렐라이, 도로시, 딕 존슨 … 매력 넘치는 조연 캐릭터들
초연을 보고 꽤 흥분해 리뷰기사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기사의 제목은 ‘통쾌하게 풀어낸 19세기의 미투운동’이었죠. 아이비, 유리아 배우가 ‘안나’였는데, 제가 본 날은 유리아 안나였습니다. 재연은 김세정 안나가 궁금했지만 전석 매진으로 보지 못했고, 드디어 삼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일명 ‘빅토리아 시대(1837~1901)’. 당시는 보수적인 도덕주의, 엄숙주의와 합리주의가 뒤엉켜 공존하던 시대였습니다. 뮤지컬 ‘레드북’은 안나라는 이름의 여성작가를 내세워 당시의 남성우월주의, 여성차별의 사회에 유쾌하고 통쾌한 어퍼컷을 날리는 이야기죠. 영국 뮤지컬로 오인할 법도 하지만 순수 한국 창작 뮤지컬입니다. 많은 골수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창작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입니다.
2018년 리뷰기사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첫 15분을 견딜 수 있다면 나머지 2시간 25분이 만족스러울 수 있으실 겁니다. 조금씩 조금씩, 그러다가 어느 순간 ‘훅’ 빨려드는 뮤지컬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은, 마치 컬링 같군요!!”
지금 보니 좀 부끄럽네요. 첫 15분은커녕 1막 첫 넘버 ‘난 뭐지?’부터 귀에 ‘팍’ 꽂혀줍니다. ‘난 뭐지’와 ‘나머지’의 라임은 한국 작품이기에 가능했겠지요.
뮤지컬 ‘레드북’에는 두 종류의 동물이 등장하는데요. 올빼미와 사마귀죠. 사마귀는 안나가 로렐라이 언덕을 찾는 첫 장면에 등장합니다. 사마귀는 로렐라이 언덕 여인들의 교보재입니다.
왜 하필 올빼미와 사마귀일까요. 이 작품에서는 따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만, 성적인 면과 관련된 특성이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올빼미는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큽니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죠. 올빼미는 암컷이 덩치가 크기에 짝짓기 시즌이 되면 암컷이 수컷을 선택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격하거나 내¤기도 한다지요.
사마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사마귀는 교미 도중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사마귀 암컷은 교미 도중 때때로 배고픔을 강렬하게 느끼곤 하는데, 이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을 먹어치웁니다. 불행히도 그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가 바로 수컷입니다.
올빼미는 영어로 ‘아울(Owl)’입니다. 두 번째 넘버 ‘올빼미를 불러’에서 안나는 마치 하울링을 하듯 ‘아우~’를 반복합니다. 재미있는 발상이죠.
말이 나온 김에, 로렐라이 언덕의 사마귀 신(scene)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정확히는 안나와 도로시가 사마귀의 교미 과정을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앞에서 선보이는 장면인데, 다시 보아도 웃음이 터져 버렸습니다. 명장면입니다.
‘레드북’ 개막을 앞두고 칼을 제대로 갈았다는 후문이 있더군요. 흥미로운 것은 2022년 2월 인터뷰에서 ‘레드북’을 언급했다는 점. 드라마 인터뷰였는데, “최근에 본 레드북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시 이미 캐스팅 얘기가 오갔던 것인지, 이 인터뷰를 보고 제작사 측에서 섭외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박진주 배우의 ‘안나’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진주 ‘안나’는 ‘현실연기의 달인’답게 현실감이 넘쳤습니다. 그가 연기한 안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고’,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가득하고’, 타인에게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솔직하며, 사랑에도 적극적인 사람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났습니다.
카랑카랑한 음색도 안나 캐릭터의 표현에 한 몫 했습니다. 텔레캐스터 기타의 싱글 픽업에서 나는 소리 같다고나 할까요. 넘버의 가사가 대사처럼 또렷하게 들렸고, 안나의 감정이 완벽하게 전달되어 왔습니다.
이 작품에는 안나 못지않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죠. 로렐라이 언덕(여성문학회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의 설립자인 여장남자 ‘로렐라이’, 이 단체의 회장인 도로시, 그리고 ‘미워할 수 없는’ 악역 딕 존슨이죠.
김대종 ‘딕 존슨’은 초연 때 보았던 원종환 ‘딕 존슨’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원종환 딕 존슨의 경우 사악함이 강조되어 그의 몰락에 대한 통렬함이 강했다면, 김대종 딕 존슨은 어딘지 연민이 가득 느껴집니다. “아아, 통쾌해” 보다는 “으이구, 인간아”라고나 할까요.
안나의 연인이자 ‘사랑을 책으로 배운’ 브라운은 신성민 배우가 맡아 ‘신사의 품격(?)’을 유쾌하게 그렸습니다.
“사랑은 날씨와 같아. 변하는 거야”라는 안나의 대사가 오래 남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옛 통신사의 광고 카피가 떠오릅니다. 변하는 사랑이 악으로 여겨지던 시대. 그 가식과 권위, 허세의 세상에 강력한 ‘한 방’을 먹인 ‘레드북’의 강펀치에 모처럼 속이 후련했습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주)아떼오드, 플레이더상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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